영풍과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명분을 흔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계약에 콜옵션 등 MBK에 유리한 조항이 포함됐을 경우, 영풍·MBK가 내세워 온 ‘주주가치 제고’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말 KZ정밀(옛 영풍정밀)이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을 상대로 제기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제출 대상은 지난해 9월 영풍과 장 고문이 고려아연 적대적 M&A 추진 과정에서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이다.
해당 계약을 둘러싸고 그간 시장에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MBK가 특정 가격에 매수할 수 있도록 한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당시 공시에는 콜옵션 존재만 명시됐을 뿐, 행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KZ정밀은 영풍 주주 자격으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는 한편, 약 9천30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경영협력계약이 공개될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약 구조에 따라 영풍·MBK가 강조해 온 적대적 M&A의 명분인 ‘주주가치 제고’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만약 콜옵션 행사가가 낮게 책정돼 있다면, 영풍이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헐값에 넘길 수 있는 권리를 특정 상대에게 부여한 셈이 된다. 이 경우 영풍 경영진을 향한 배임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영풍은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1천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받아왔으며, 최근 3년 연속 적자와 현금창출력 저하를 겪는 상황에서 해당 배당금은 경영 유지의 중요한 재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면서 오는 3월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주장할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영풍·MBK 측이 경영협력계약 공개를 끝내 거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법상 문서 송달을 즉각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일정 기간 지연 후에야 법원의 강제 조치가 가능해 현실적으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언론 질의에 대해서도 영풍·MBK 측은 “소송 관련 사안이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구체적 설명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계약 공개를 거부할 경우, 오히려 계약 내용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더욱 쏠리고 있다.
MBK는 앞서 해명 자료를 통해 “콜옵션 행사 가격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고정 가격”이라며 “공개매수가가 높아질수록 콜옵션 행사 가격이 낮아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풍과 MBK는 경영권 분쟁 전반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일관된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며 “하지만 경영협력계약의 콜옵션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그 논리는 정면으로 부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정당한 계약이라면 양측이 시장에 투명하게 계약 내용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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