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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특정 시기 쏠림이나 중단 없는 여신 공급을 위해 계절적 수요 등을 감안한 월별·분기별 관리 기준을 마련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말에도 시중은행들은 총량 관리를 이유로 대출의 빗장을 걸어 잠그기 바빴다. 이 때문에 연말에 이사를 하거나 집을 마련하려던 이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월별·분기별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수요자 피해가 고착화되는 등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출 절벽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12월 가계대출 잔액은 767조6781억원으로 11월 말보다 4563억원 감소했다.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연중에 늘던 대출이 연말에만 급격히 줄어드는 패턴이 재현된 셈이다.
금융위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 내에서 관리하되 은행 자율에 맡긴다고 하지만, 금융권에선 현 총량 관리 구조 하에서 연말 대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급 차원에서 월별, 분기별 관리는 모니터링 정도의 수준”이라며 “또 가계대출은 결국 부동산 경기,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을 따라가다 보니 월별, 분기별 균등한 배분은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관리 부담은 은행이 떠안고, 불편은 차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맞추지 못한 은행은 이듬해 목표치가 줄어드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월별·분기별 관리만으로 연말 대출 절벽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거주 목적 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에 별도 쿼터를 두는 방안 등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간 총량이라는 ‘천장’이 그대로 있는 한 은행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관리 단위를 쪼개는 방식은 속도 조절일뿐, 대출 절벽을 구조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에 한해 총량에서 일부를 별도 계정으로 분리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무주택 실수요자, 중소기업 운영자금, 전세자금 등은 연말에도 예외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안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총량 규제 내 월별·분기별 관리는 매달 ‘미니 절벽’을 만들고 오히려 계절 수요나 시장 변동을 무시해 연말 쏠림을 키운다”며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고수하며 당국이 구조 개편을 꺼리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와 관리 방향 등을 공개할 전망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특정 시기에 너무 쏠림이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출 쏠림 등 문제점을 인정하고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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