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40% 낮추면 환자는 웃을까···건보 절감 뒤 의료비·산업 리스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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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40% 낮추면 환자는 웃을까···건보 절감 뒤 의료비·산업 리스크 확대

이뉴스투데이 2026-01-06 15: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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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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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명확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약가 인하가 반드시 환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았던 과거 경험이 다시 소환되면서다. 제약업계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의료비 구조와 산업 기반 전반에 연쇄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내 약가 체계는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약가 인하, 계단식 약가 인하 제도가 병렬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하나의 품목이 여러 제도의 영향을 중복으로 받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 폭과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이는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축소로 직결된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업계는 이번 제네릭 약가 인하가 이 같은 구조적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약가 인하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2012년 대규모 일괄 약가 인하를 단행하며 약품비 절감을 목표로 내세웠다. 시행 직후 약품비 지출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약업계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약가 인하 이후 소비자의 약제비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했다. 급여 의약품 수익성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비급여 의약품 비중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결과다. 급여 영역의 가격은 낮아졌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은 커지는 역설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번 개편에서도 유사한 경로가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가 강화될 경우 요양기관의 구매가 인하 압력이 심화되고, 초저가 낙찰과 과도한 할인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판촉 영업자(CSO)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를 둘러싼 시장 질서 혼선과 공급 안정성 저하가 우려된다. 가격 압박이 심해질수록 투명한 경쟁보다는 편법이 늘어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김진영 기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산업계의 반발은 이미 기업 행동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59곳 중 44곳이 약가 인하가 시행될 경우 제네릭 출시를 전면 또는 일부 취소하거나 보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수익성 악화와 개발비 회수 불가, 원가 상승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제네릭 약가를 40%대로 낮출 경우 기업당 평균 매출 손실이 2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충격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매출 손실률은 중소기업이 10.5%로 가장 컸고, 중견기업 6.8%, 대기업 4.5% 순이었다. 영업이익 감소율은 기업당 평균 51.8%에 달했다. 연구개발비는 평균 25% 이상 축소, 설비 투자는 3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 역시 응답 기업 기준 약 1700명 감축이 예상된다.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약가 인하 취지로 정부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 혁신 신약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를 제시한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약가 인하가 시행될 경우 연간 최대 3조원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산업의 구조적 현금흐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약품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네릭은 다수 기업에 R&D와 설비 투자의 재원이 돼 왔다. 제네릭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체질 개선 이전에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약가 인하의 목표가 의료비 절감이 아닌 사실상 산업 구조조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약가 논쟁은 공급망과 보건안보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원료의약품(API)은 완제 의약품 생산의 핵심 요소지만 글로벌 공급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중국이 전 세계 API 공급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자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원료의약품 생산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국산 원료 사용 시 약가 가산과 세제 혜택이 도입됐지만,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수록 저가 수입 원료로의 대체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 비용 절감과 맞바꾼 공급 안정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픽=김진영 기자]
[그래픽=김진영 기자]

시장에서는 이미 제네릭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약가 인하가 일괄 적용되는 제네릭과 달리, 일정 수준의 가격 방어력과 처방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제 복합제와 개량신약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다. 셀트리온제약은 최근 고혈압 2제 복합제 ‘이달디핀정’을 출시하며 순환기계 라인업을 확장했다.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식으로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복합제 전략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한미약품은 고혈압 2제 복합제 ‘아모잘탄’을 시작으로 3제, 4제 복합제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처방 고정화 전략을 강화해 왔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관리하는 다제 복합제는 복약 편의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근거로 처방 지속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한양행과 종근당 역시 저용량 복합제와 다제 복합제 허가·출시에 나서며 제네릭 일변도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약가 정책이 단순히 가격 수준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연구개발 방향과 시장 전략, 나아가 처방 구조까지 동시에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네릭이 일괄 인하라는 직격탄을 맞지만, 복합제와 개량신약은 편의성과 임상적 차별성을 근거로 상대적인 방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런 전략 전환은 개발 역량과 자본 여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유리하다. 약가 인하가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며 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약가 인하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관리와 재투자의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약가 인하로 절감된 재원이 산업과 공급망 안정에 재투자되고, 그 성과가 다시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약가 인하 정책이 단기 재정 절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 기업 투자와 산업 성장, 고용 확대가 다시 건강보험 재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가 인하로 확보된 재원이 산업에 재투자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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