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2026년 첫 시행되는 ‘육아기 10시 출근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얻고 이 제도는 육아기 근로자가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더라도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에게 월 3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연간 최대 지원액은 360만 원이다.
지원 대상은 중소·중견기업 사업주로, ▲만 12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 중 ▲근로시간 단축 시작 이전 6개월간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35시간 이상이었고 ▲주당 근로시간을 30시간 초과~35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경우에 한해 1년 간 적용된다. 다만 제도 이용을 위해서는 사업주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며,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와의 중복 지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1일부로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육아기 근로자가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더라도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주에게 월 3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베이비뉴스
◇ 육아기 근로자 수백만 명... 2026년 수혜 인원은 고작 1700명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라면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정부 차원의 홍보가 이어지고 언론에서도 제도 도입 자체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잇따르면서, 현장에서는 접근성이 높은 제도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올해 배정된 예산이 소진될 경우, 연중이라도 조기 종료될 수 있는 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2일 베이비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산이 소진될 경우 조기 종료되거나 내년에 지급하는 방안 등 두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일 국회에서 의결된 2026년도 고용노동부 예산 세부 내용을 보면, 이 제도의 수혜 인원이 1700명, 관련 예산이 31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추계한 수혜 인원이 170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육아기 근로자 규모와 비교하면, 지원 범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편성된 31억 원의 예산이 1700명 모두에게 연간 최대액으로 지급되는 구조도 아니다. 실제로는 이용 기간이 더 짧은 경우를 전제로 한 평균치로, 1인당 약 6개월 사용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즉, 연간 최대 지원액을 1년 내내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수혜 인원은 850명 수준(연 360만원x850명=약 31억원)에 그친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육아기 근로자의 정확한 교집합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예산 구조와 수혜 인원 추계를 감안하면 실제 지원 대상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유추된다.
우선,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을 보면,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약 505만 명이 취업 중이며, 이 가운데 12세 미만 자녀를 둔 근로자는 약 190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남성을 포함하면 육아기 근로자 수는 훨씬 더 불어난다.
참고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며, 중소기업 근로자는 전체 기업 근로자의 80.4%에 달한다.
중견기업 근로자 비중도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의하면, 중견기업 근로자는 약 175만 7000명으로, 국내 전체 근로자의 약 6.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 씨는 23년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수요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인원을 산정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A 씨는 "이미 육아기 단축제도 및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10시 출근제도와 중복사용이 안 된다는 점과 사업주가 허용을 해야한다 점을 고려해 첫 시행인 만큼 그 정도의 규모를 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예산이 정해진 건 맞지만 지급추이에 따라 지급인원이나 지급액이 변동될 수 있다"며 "올해 시행 결과를 지켜본 뒤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부 시행 지침 부재에 현장 혼선 가중... "정부가 의도한 정책 효과, 기대하기는 어려워"
제도의 지원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세부 시행 지침이 아직 명확히 안내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까지 겹치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육아기 10시 출근제와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부모가 번갈아 사용해 최대 2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등 세부 운영 기준에 대한 질문에 고용노동부는 “세부 시행 지침을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행 기준은 안내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제도 적용 기준을 확인하지 못해 근로자 문의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A 씨는 "고용노동부 실무진은 '본인들 선까지 구체적으로 공문이 내려온것이 없기에 답변을 해줄수 없다'고 한다. 언론에만 '10시 출근제, 사업주 30만원 지원'이라는 홍보를 하긴 하지만 이전에 실무선에서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줬으면 한다"며 "근로자가 요청을 해도 (인사) 담당자가 확인할 수 없어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려운 것이 현재 현장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육아 병행을 지원하는 제도는 저출생 대응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도입’보다 ‘지속 가능성’과 ‘접근성’이 중요하다.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실질적인 일·육아 지원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설계와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성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노동개혁위원회 위원장(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노동·고용과 관련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혜 인원 자체도 너무 적다"며 "1700명 정도로는 제도를 알고 있거나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일부만 이용한다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로는 정부가 의도한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운영 체계와 관련해서도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근로자의 권리로서 못 박고, 매뉴얼과 세부 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배포하고, 관련 지원 사항까지 함께 안내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