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김병조 기자]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단순한 유통·외식 비즈니스를 넘어, 한국 자영업 구조와 중산층 경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산업화 이후 도시 소비문화의 확산,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의 대안, 플랫폼 경제의 확산이라는 굵직한 흐름 속에서 프랜차이즈는 늘 ‘해답’처럼 제시돼왔다. 그러나 오늘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더 이상 성장의 상징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와 생존 전략을 동시에 요구받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특집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태동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관통하며 묻는다. 프랜차이즈는 과연 누구를 위한 산업이었고, 앞으로는 누구를 위해 재편돼야 하는가.
◇ 50년의 발자취...발전 과정과 현황
▲태동, 산업화와 함께 자란 프랜차이즈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출발점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인 1970년대 중반이다. 고도성장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외식과 유통이 ‘개인 장사’에서 ‘시스템 비즈니스’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1977년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1호점을 개설하면서부터 한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시작됐다. 이어 1979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치킨, 제과·제빵, 분식 프랜차이즈가 등장했고, 표준화·대량화·브랜드화라는 개념이 서서히 정착됐다.
1980년대에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늘어나고 성장했다. 페리카나치킨 같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등장했고, 파리바게뜨와 같은 베이커리 전문점도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또 맥도날드·KFC 같은 외국계 브랜드가 도입되면서 운영 시스템과 품질관리 모델이 확산되었다. 이는 한국 프랜차이즈의 표준화·시스템화에 영향을 주었다.
초기 프랜차이즈는 효율적인 공급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빠르게 확장했다. 이 시기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에게 리스크를 줄여주는 ‘안전한 선택지’로 인식됐다. 본부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점주는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는 비교적 명확한 역할 분담 구조였다.
▲IMF 이후, 프랜차이즈의 폭발적 성장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분기점이었다. 대량 실직과 조기 퇴직은 자영업 창업을 급증시켰고, 프랜차이즈는 가장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창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중반 생활 수준 향상과 소비문화의 변화로 프랜차이즈는 치킨, 피자, 커피, 패스트푸드는 물론, 세탁·교육·미용·서비스 분야까지 프랜차이즈 모델이 확장됐다.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특정 업종이 아닌, 하나의 ‘산업 방식’이 됐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은 201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확장됐으며 전체 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이 시기 형성된 구조적 특징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낮은 진입 장벽, 빠른 확장, 그리고 출구 전략이 부재한 구조다. 프랜차이즈는 성장했지만, 산업 전체의 질적 성숙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현재의 산업 현황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규모는 2025년 기준 브랜드 수가 12,377개로 미국·일본보다 많다. 그러나 전체 매장 수가 365,000개로 브랜드당 매장 수가 30개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 소규모 브랜드이고, 평균 점포 수가 미국·일본보다 낮아 산업 구조가 분산돼 있다.
전체 프랜차이즈 매출은 커피, 음식, 소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증가했으며 고용 인원도 100만 명을 넘는다.
그러나 브랜드 수가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외형적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가맹본부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가맹점주 매출은 감소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보고됐다.
◇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문제점
▲직면한 어려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시장 과포화와 경쟁 심화다. 특히 외식·푸드 서비스 부문이 과도하게 집중돼 경쟁이 치열하고 신규 진입자 수익성이 낮다.
둘째, 단명하는 브랜드가 많다.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약 5.7년으로, 미국(약 47.5년)에 비해 훨씬 짧다.
셋째, 프랜차이즈 본부·점주 간 불균형이다. 본부 중심의 수익 구조로 인해 가맹점주의 수익 악화, 원자재·필수품 공급 문제,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이 지속적인 논란거리다.
넷째, 자영업 생태계 위험이다. 은퇴자나 실직자 중심의 프랜차이즈 창업은 트렌드에 취약하고 실패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다섯째, 제도·규제의 한계다. 국내 제도는 존재하지만, 본부와 가맹점 간 공정성 확보, 불공정 행위 규율 등에서 더 강력한 법·정책이 요구된다.
▲외식 중심 구조와 과잉 경쟁의 고착화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외식 분야 편중이다.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70% 이상이 외식에 집중돼 있으며, 치킨·한식·커피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을 키웠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모방이 쉽고 진입이 빠르다. 그 결과 동일 콘셉트의 브랜드가 난립했고, 평균 브랜드 수명은 짧아졌다. 점포 수는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과 수익성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부는 가맹 확대를 통해 외형 성장을 추구했고, 가맹점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아닌 ‘규모의 함정’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변화하는 프랜차이즈 산업
▲기술과 플랫폼, 프랜차이즈의 판을 바꾸다
201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산업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꾼 요인은 기술과 플랫폼이다. 모바일 주문, 배달 앱, 간편결제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매출 구조를 재편했다. 매장은 더 이상 고객 접점의 중심이 아니게 됐다.
플랫폼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입지의 중요성은 낮아졌고, 배달을 통해 추가 매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프랜차이즈 산업은 플랫폼 의존 구조에 편입됐다. 수수료, 광고비, 노출 알고리즘은 점포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제 본부–가맹점이라는 이중 구조를 넘어, 플랫폼이 개입한 삼각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누가 지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
▲균열의 시작, 수익성 문제와 갈등 구조
프랜차이즈 산업의 외형은 여전히 크지만, 내부에서는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 본부 매출은 증가하지만, 가맹점 수익성은 악화되는 현상, 이른바 ‘성장 없는 성장’이 반복된다.
가맹 수수료, 원재료 공급 구조, 플랫폼 비용은 점주 부담으로 누적된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이 더해지며 프랜차이즈 점포는 고비용 구조에 고착된다. 일부 점주는 “브랜드를 달았을 뿐, 독립 자영업자보다 더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 이슈, 본부 책임 논란, 플랫폼 규제 논의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제도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신호다.
◇ 향후 전망
▲예상되는 흐름
산업의 향후 방향은 다음과 같은 흐름이 예상된다.
첫째, 선택과 집중의 구조조정이다. 과포화한 브랜드 가운데 생존력 있는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운영이다. POS·데이터 기반 운영, 자동화 등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규제 강화와 공정 거래 개선이다. 가맹점·본부 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법 개정과 제도적 보완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해외 진출과 글로벌화다. 일부 대형 브랜드는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다섯째, 소비 트렌드 변화 대응이다. 건강·친환경·체험형 서비스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대응한 비전통적 프랜차이즈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프랜차이즈 산업은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더 많은 브랜드, 더 많은 점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핵심 과제가 됐다.
첫째, 무분별한 가맹 확대에서 벗어나 점포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기술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운영, 자동화, 효율적 물류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셋째, 플랫폼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종속이 아닌 협력, 또는 자체 채널 강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다.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창업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산업 모델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라, 고위험 산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성장의 끝이 아니라, 재편의 시작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금 성장이 끝난 것이 아니라, 성장 방식이 바뀌는 국면에 들어섰다. 빠른 확장과 단기 수익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지속 가능성, 공정성, 기술 경쟁력이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본부와 점주, 플랫폼과 소비자 간의 균형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단순히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영업과 소비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의 프랜차이즈와 한국의 프랜차이즈는 뭐가 다른지 차이점을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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