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에서 무심코 버린 폐플라스틱 하나는 어디로 갈까. 소각될까, 매립될까, 아니면 다시 자원으로 태어날까. 올해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따라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버린 이후’의 과정을 책임지는 도시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시흥도시공사가 구축한 공공형 자원순환시설 ‘환경미화타운’을 통해 폐기물이 자원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며 지속가능한 도시가 갖춰야 할 해법을 찾아본다.
■ ‘버린 이후’를 책임지는 도시의 실험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소각이나 선별을 거친 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지만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공공소각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쓰레기 대란’ 우려가 현실로 제기되는 이유다.
생활폐기물 처리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어떻게 재활용하고 자원으로 순환시키느냐는 더 큰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시와 도시공사가 선제적으로 확충한 ‘시흥 환경미화타운’이 수도권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하나가 다시 연료와 원료로 재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에는 시설투자와 기술,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촘촘히 이어진다. 시흥 환경미화타운은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를 아우르는 공공형 자원순환 모델로 수도권 생활폐기물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버린 이후’를 책임지는 도시. 시흥시 환경미화타운의 실험은 지속가능한 도시로 가는 길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주고 있다.
■ 지난해 대규모 증개축… 처리능력·환경성 동시 강화
시흥 환경미화타운은 2002년 시흥시 정왕동에 연면적 2천920㎡ 규모로 조성됐다. 시흥 전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선별·보관해 재활용하거나 소각·매립시설로 반출하는 핵심 공공시설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와 함께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시설 노후화와 처리 한계가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2020~2023년 하루 평균 폐기물 처리량은 73t으로 기존 시설 기준(60t)을 크게 초과했다.
여기에 올해로 수도권매립지 종료 유예가 앞당겨지자 시는 2022년부터 환경미화타운 대규모 증개축을 결정했다. 총사업비 120억원을 투입해 선별장과 보관장 등 6개동을 신축·개선, 연면적 5천900㎡ 규모의 현대화사업을 지난해 마무리했다.
현재 환경미화타운은 ▲재활용선별동 ▲파지압축장 ▲철·알루미늄·종량제봉투 보관장 ▲생활폐기물처리동 ▲스티로폼 감용장·비닐압축장 ▲잔재물·EPR압축물·대형가전 보관장 △계근대·경비실 등 총 7개동, 9천651㎡ 규모의 종합 자원순환시설로 탈바꿈했다. 재활용품 야적과 침출수 발생을 차단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 ‘사람과 자동화’가 만드는 자원순환의 핵심 공정
환경미화타운에는 하루 평균 70t의 생활폐기물이 반입된다. 폐기물은 파봉정량공급기를 통해 해체된 뒤 본격적인 선별 공정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선별실에서는 작업자들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대형비닐, 종이류를 육안으로 정확히 골라낸다.
이후 비중 발리스틱 선별기가 저비중 가연물과 고비중 물질, 잔재물을 자동 분리하고 자력선별장치가 금속류를 추출한다. 마지막으로 광학선별기가 플라스틱을 자동 분류·압축하면 자원화 공정이 마무리된다. 사람의 경험과 자동화 설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이 시스템은 폐기물을 단순 처리 대상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는 핵심 단계다.
시흥도시공사는 근로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10월 인력을 충원하고 휴식 시간을 120분으로 확대했으며 수작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성능 광학선별기 도입도 추진 중이다. 올해는 인력을 추가 채용해 3개조 교대근무제를 도입하고 악취 저감시설과 대기오염 방지 필터 교체, 보호구 지급 등 안전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 폐비닐이 기름으로…자원순환 상생모델 구축
환경미화타운의 또 다른 강점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은 자원순환 모델이다. 시흥도시공사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협력해 폐비닐 자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하루 평균 다량 반입되는 폐비닐은 처리비용 부담이 컸지만 시흥도시공사는 센터 회원사인 ㈜중부인더스트리와 협약을 맺고 폐비닐을 열분해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무산소 고온 상태에서 폐비닐을 분해해 기름을 추출하고 이를 연료나 나프타, PP 등 플라스틱 원료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는 올해에만 폐비닐 무상처리 전환으로 약 8천600만원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인터뷰 유병욱 시흥도시공사 사장 “환경미화타운, 도시 안전·시민 건강 지키는 필수 인프라”
“깨끗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권입니다.”
유병욱 시흥도시공사 사장은 “폐기물 처리는 시민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시의 안전과 시민의 건강을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환경미화타운이 안정적으로 운영될수록 악취, 환경민원, 지역갈등은 줄고 시민 삶의 질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환경미화타운을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ESG 현장’이라고 지칭했다.
올해 수도권 매립지 운영 종료를 앞두고 시와 도시공사가 선제적으로 시설 증축에 나선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환경미화타운은 120억원을 투입해 선별장·보관장 6개동, 건축 연면적 5천900㎡ 규모의 증개축 사업을 지난해 초 완료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폐비닐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자원순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 사장은 “이 시도가 시흥시가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첫걸음으로 관점의 전환이 폐기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변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도 숙제는 남아 있다. 시흥시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현재 거모지구, 하중지구 시흥·광명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거단지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어 생활폐기물 반입량 증가는 예견돼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이를 위해 시와 함께 자원순환 마스터플랜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성능 자동화 선별 설비 도입을 통해 처리 효율을 높이고 현장 근로자의 노동 강도와 안전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이어 “환경미화타운은 시흥시 탄소중립의 핵심”이라며 “미래세대에 지속가능한 도시를 물려주고 시민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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