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자동차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인공지능(AI) 능력에 의해 판가름 나는 시대가 됐다”며 AI 내재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데이터·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 영상으로 공개된 2026년 신년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때, 우리를 지켜 줄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신년회는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의 좌담회 형식으로 구성됐다. 장재훈 부회장,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 현대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사장, 성 김 사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 김혜인 부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사전 녹화된 신년회 영상을 이메일 등을 통해 전세계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고객 관점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체질개선 ▲본질을 꿰뚫는 명확한 상황인식과 민첩한 의사결정 ▲공급 생태계 동반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지원 확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으로 생태계 확장 ▲산업과 제품의 새로운 기준 선도 등 5가지 비전을 통한 극복 의지를 다졌다.
정 회장은 “우리 제품에 고객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제품 기획이나 개발 과정에서 타협은 없었는지, 품질에 대해 고객 앞에 떳떳한지 스스로 돌아보고 개선해 나간다면 현대차그룹은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의사결정”이라며 “과감하게 방식을 바꾸고 틀을 깨며 일할 때 비로소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내부의 힘만으로 고객의 기대를 넘는 제품이 완성될 수 없다는 인식 속에 공급 생태계 동반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공급 생태계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생태계 동반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업계와 국가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투자를 아낌 없이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글로벌 제조업이 거대한 산업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고 진단하며 파트너들과의 협력으로 생태계를 확장해 AI가 촉발한 산업 전환기에 맞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선도 기업은 이미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로 우위를 선점한 데 비해 우리의 역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물리적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역량을 가졌고, 다양한 파트너들과 과감한 협력으로 생태계를 넓혀 나간다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AI 기술 내재화’를 꼽았다. 자율주행·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제어·개인화된 UX 등 자동차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AI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그룹 전략에 최적화된 자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AI 기술 내재화의 일환으로 실제 공장과 거의 동일한 조건의 로봇 데이터 수집·검증 시설을 구축하고,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사족 보행 로봇 ‘스트레치’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장 데이터로 피지컬 AI를 고도화해 로봇의 성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SDV와 자율주행 개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포티투닷(42dot)과의 협업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은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SDV 기술이 적용되는 주요 개발 프로젝트 역시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SDV·AI·미래 모빌리티 등 산업의 변화가 빠른 만큼 우리에게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단언했다.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현대차가 보유한 자동차·로봇 등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의 가치가 희소성을 더해갈 것이며, 빅테크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정 회장은 “데이터와 자본, 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며 “현대차가 일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유일한 길은 AI를 조직 내부의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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