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기습 및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두고 일각에선 시 주석이 대만에 유사한 군사 행동을 감행할 명분을 얻은 것 아니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한 채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 수장을 납치할 수 있다면, 중국도 대만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 문제를 국제법이 아닌 ‘국내 문제’로 규정하고 있는 점, 중국의 목표가 ‘독재자 제거’가 아닌 체제 장악이라는 점에서 두 사안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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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까운 동맹도 못지켜…영향력 한계 드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은 미·중 패권 경쟁의 현실을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시 주석의 중남미·카리브해 특사 대표단이 지난 2일 마두로 대통령을 접견한 직후 체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마두로 대통령이 시 주석의 중남미·카리브해 특사 대표단을 만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미군이 침실로 들이닥쳐 그를 연행해갔다. 중국은 충격과 함께 자국의 글로벌 영향력의 현실과 한계를 마주하게 됐다. 중국의 세계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여년간 중국이 남미에서 가장 공을 들여온 파트너로, 미국 일극 체제를 견제하는 ‘다극화’ 구상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 제재를 피해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80%를 사들였고, 2023년에는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극히 소수 국가에만 부여하는 ‘전천후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했다.
중국 국영방송은 쿠바와 멕시코만 인근에서 ‘붉은 군대’(인민군)와 ‘푸른 적군’(미군)이 맞붙는 모의 전쟁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중국이 ‘실행’으로 옮긴 건 아무 것도 없었다는 진단이다. 베네수엘라가 대량 수입한 중국산 무기들도 이번 기습 작전에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가장 가까운 남미 파트너 베네수엘라를 지켜내지 못했다. 미국의 군사력 앞에 한계를 드러내며 중국의 전략적 지원이 실제로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에도 격렬히 비난만 했을 뿐, 이란을 지켜줄 실질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한 차례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中 대만 침공은 정권 운명건 도박…베네수와 달라“
중국은 쿠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나마 등지에서도 군사 기지나 전략적 거점 투자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 추가 조항’을 붙여 “역외 경쟁국이 서반구에서 군사력을 배치하거나 전략적 자산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못 박았다.
이번 베네수엘라 급습에 대한 서방 동맹국들의 직접적인 제재나 반발도 제한적이다. 이에 대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가 미국의 행동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대만에 대한 군사 행동도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만 침공은 단순한 지도자 납치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 전체를 전복하는 전면전 시나리오에 가깝다는 반론이 잇따른다. 특히 대만 문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운명 자체를 건 ‘최후의 선택지’라는 점에서 베네수엘라 작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진단이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중국과 세계화 센터’의 빅터 가오 부원장은 “베네수엘라 작전이 단기적으로 중국 내 강경 여론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모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싱가포르 전 외교부 차관인 빌라하리 카우시칸도 블룸버그에 “중국이 미국처럼 대만에 행동했을 때 (국제사회) 대응이 없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며 “중국 지도자들은 도박사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미국 무기를 구매한 대만의 방어 능력이 베네수엘라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선 걸림돌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지난해 대규모 열병식에서 현대화된 군사력을 과시했지만 중국군은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며 “대만 분쟁이 미국·일본·호주·한국 등과의 직접 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국은 잠재적 다자간 전쟁 부담도 떠안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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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역시 안돼”…‘대안적 파트너’ 이미지도 붕괴
중국이 그간 내세워온 미국을 대신할 ‘대안적 파트너’ 이미지도 대폭 약화했다. 중국의 파트너 국가들은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중국에 의지할 수 있는지, 또 중국이 지원해줄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이 ‘폭풍 속에서 우산’이 되어줄 진짜 방패라기 보다 ‘날씨가 좋을 때만 곁에 있어주는’ 동맹이란 회의가 커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운명은 중국이 미국에 맞설 군사적 능력도 의지도 아직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짚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마거릿 마이어스는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 전략 이익과 맞닿은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유치하려 했던 중남미 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내부에서 중남미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인민대학교 진찬룽 교수는 “중국이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서반구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당분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부담이 되는 무역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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