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한 뒤 지난 5일 당 정책위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장동혁 대표는 김 의원의 사의 표명을 수락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쇄신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다 장동혁 대표가 여전히 우편향 행보를 보이자 주변에 “당 회의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괴롭다”고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의 석상에서 장 대표와 언쟁을 벌인 일도 알려져 그동안 양측이 당 쇄신 방향을 두고 물밑 신경전을 계속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지난달 비공개 회의에서 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자 장 대표가 “특정 회사 여론조사만 말한다”며 언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두 사람은 결별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퇴를 두고 당직 교체가 아닌 장동혁 체제의 노선과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사퇴 입장을 밝히며 “지난해 8월 장 대표로부터 정책위의장직을 제안받았을 당시, 국민의힘이 국민께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직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대표께서 당의 변화·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의 소임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리적 중도 보수’의 상징으로 평가받아 온 4선 중진 김 의원의 이탈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강조해 온 외연 확장, 특히 중도 보수 확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의 문제의식은 사퇴 직전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한 날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께 불안과 혼란을 드린 점을 참담한 심정으로 깊이 새기고 있다”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히 성찰하고 쇄신해야 한다. 반(反) 이재명 전선 구축과 보수 대통합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당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인식이 분명히 드러난 발언이다.
이는 김 의원이 극우 성향 지지층을 바탕으로 당 대표 자리까지 오른 장 대표의 노선과는 다름을 보여준 대목이다. 그동안 김 의원은 장 대표가 주재하는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저조한 당 지지율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발언해 내란 옹호 논란을 불러왔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는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제 그 바탕 위에서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를 실질적인 노선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 역시 공개적으로 지도부 쇄신과 노선 변경을 요구했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도읍 의원의 사퇴와 맞물려 장 대표는 윤리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며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장 대표는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한다”는 발언을 해 외연 확장보다는 내부 정리에 방점이 찍힌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도 확장과 보수 대통합을 강조해 온 김 의원의 퇴장 이후 당의 노선이 오히려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엑소더스’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징적 중도 인사가 자리를 떠난 만큼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해 온 다른 중도·합리 성향 의원들 역시 거취를 고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 의원의 사퇴가 개인적 결단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내부 분열과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동혁 체제가 꺼내 든 카드는 반(反)민주당 전선 강화다. 민주당 공천헌금 의혹을 전면에 내세워 공세 수위를 높이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같은 당 출신이었던 이혜훈 인사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제 식구 깎아내기’라는 역풍만 키웠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과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결집에만 매달렸던 황교안 체제는 ‘문재인 좌파독재 심판’을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층 회복에는 실패했고 그 결과는 2020년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당시 총선 백서가 꼽은 패배 주요 원인 역시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이었다.
중도 보수의 상징적 인물인 김도읍 의원의 퇴장은 장동혁 체제가 선택한 노선의 결과이자 향후 국민의힘 진로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다.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경 노선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과거 황교안 체제처럼 중도 이탈 속에 선거 참패의 말로를 다시 밟게 될지 그 갈림길에 섰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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