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커질수록 규제 늘리는 법안 149건…'성장 회피'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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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커질수록 규제 늘리는 법안 149건…'성장 회피' 고착화

이데일리 2026-01-06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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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는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법안이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150건 가까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순으로 성장하려는 인센티브를 꺾는 ‘성장 회피’ 현상이 제도적으로 더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2대 국회 출범 이후 발의된 법안 102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를 담은 법안은 총 149건에 달했다. 현행 법체계에 이미 존재하는 343건의 규모별 차등규제에 더해, 불과 1년7개월 만에 추가 입법이 집중된 것이다.

차등규제 법안들은 기업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새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 증가형’과, 규모가 커질수록 세제·정책 혜택을 줄이는 ‘혜택 축소형’으로 구분된다. 대한상의는 두 유형 모두 기업의 규모 확대와 성장을 제약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증가형 법안은 94건으로 집계됐다.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산업발전법 12건, 산업안전보건법 7건, 공정거래법 6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금융지주회사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자본시장법 등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규제 부과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기준으로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과 관련한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 발의됐다. 대한상의 측은 “‘자산 2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2000년 도입 이후 경제 규모와 물가 수준이 크게 변했음에도 별도의 효과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반복 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를 넘는 순간 새로운 규제가 자동으로 추가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혜택 축소형 법안도 55건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됐다. 연구개발(R&D)·시설투자 세액공제에서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는 구조가 주를 이뤘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세제 설계가 효율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앞장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데, 정작 세제 지원은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간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글로벌 경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 역시 명확한 정책 기준이나 실증 분석 없이 기존 법체계를 반복 차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봤다. 기업 규모별 공제율 구조가 여러 조항에서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데, 이는 별도 분석 없이 관행적으로 기준이 유지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국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세제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하는 입법 관행을 지속할 경우, 기업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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