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그룹 ING가 최근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K자형 회복(K-shaped recovery)'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IT, K-컬처를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내수와 비제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해 부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ING는 지난 5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및 IT·K-컬처 중심의 수출 성장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경기 심리 격차 △서울 중심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 △기준금리 동결 전망과 환율 변수 등을 핵심 요인으로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8.5%)를 크게 웃돌았다. 15대 주력 품목 중 6개 품목이 증가한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가격 강세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43.2% 급증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컴퓨터(36.7%), 모바일 기기(24.7%), 디스플레이(0.8%) 등 IT 제품 전반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식품·바이오헬스·화장품 등 K-컬처 관련 품목도 꾸준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해외 생산 확대와 라인 정비에 따른 일시적 생산 감축으로 1.5% 감소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역시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약세 영향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ING는 이들 산업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체감 경기 지표에서도 'K자형'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1로 기준선을 회복했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95.3으로 개선됐다. ING는 무역 긴장 완화와 원화 약세가 수출 기업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비제조업 전망지수는 91.7에서 87.8로 하락했고,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12.4에서 109.9로 낮아졌다. 재정 부양 효과의 소멸과 원화 약세, 주식시장 조정이 가계와 비제조업 심리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에 머물 경우 내수 둔화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 기대가 다시 살아나며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10.15 대책 이후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가격 상방 압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다.
ING는 규제 강화가 단기적으로 거래를 위축시킬 수는 있으나, 상승 흐름 자체를 꺾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재개발 규제 완화나 거래세 인하 등 공급 측면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NG는 한국은행이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 부담으로 인해 2026년 내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기저효과로 물가 상승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부동산과 환율이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 개입 경계로 상단이 제한되겠지만, 달러 수요가 견조해 1425원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강민주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IT 수출에 크게 의존하면서 부문 간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 같은 K자형 회복 국면에서 공격적인 완화 정책은 금융·재정 불안정을 키울 수 있어 정책 당국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26년에도 IT와 K-컬처 수출이 성장 동력을 제공하겠지만, 내수 둔화와 서울 부동산 양극화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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