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론 잔액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감소세 이후 반등이라는 점에서 일시적 흐름일 수 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생활자금 수요 회복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일부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옮겨간 가운데, 증시 강세 국면과 맞물려 일부 자금이 투자 성격으로도 흘렀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계부채가 줄기보다 고금리·단기 부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신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지난해 1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5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42조751억원) 대비 1.14% 증가한 수치다. 월간 기준 카드론 잔액 증가율이 1%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0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한 뒤 10월 반등했고, 11월 들어 증가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은행권 대출 관리가 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나타난 흐름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이를 자금 흐름의 방향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은행 문턱 높아지자 카드로 이동…가계부채의 ‘고금리화’
카드론 반등의 배경으로는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총량 관리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대출 심사 또한 보수적으로 전환됐다. 신용대출 한도가 줄거나 대출 자체가 거절되는 사례가 늘면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차주일수록 선택지는 빠르게 좁아졌다.
문제는 대출 수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은행권에서 막힌 자금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카드론으로 이동했다는 평가다. 카드론 역시 관리 대상이지만, 심사 절차와 속도 면에서는 여전히 ‘마지막 선택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 결과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들기보다는, 금리가 높고 상환 구조가 짧은 부채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카드론 상환을 위해 또 다시 카드론을 이용하는 대환대출 잔액도 증가 흐름을 보였다. 이는 신규 차입 확대라기보다, 기존 차주의 현금 흐름이 빠듯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 잔액 증가 자체보다, 대환이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이 더 부담스럽다”며 “고금리 부채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전 수요에 투자 자금까지…여신업계로 쏠리는 부담
이번 카드론 증가 흐름을 두고 금융권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용도의 변화 가능성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활비·운영자금 성격의 급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다만 최근에는 증시 강세가 이어지며, 일부 차주들이 카드론을 투자 자금으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가 동시에 관리 대상이 되면서,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된 상황이다. 이 경우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카드론이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생긴다. 금융권에서는 “모든 카드론 증가를 빚투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증시 흐름과 맞물려 레버리지 성격의 자금이 일부 유입됐을 가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신업계의 부담은 여기서부터 커진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 등 시장 조달에 의존한다. 금리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위험·고금리 자산 비중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이자 수익이 늘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연체와 충당금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카드론 반등을 단순한 실적 개선 신호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은행권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 수요가 사라지기보다 다른 통로로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 통로가 고금리·단기 부채일수록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부실 위험도 더 빨리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신업계 관계자도 “지금처럼 은행권을 중심으로 조이는 방식만으로는 부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옮겨가는’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는 총량뿐 아니라 금리 수준, 만기 구조, 대환 흐름, 취약차주 집중도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