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소로 떠난 160조 원정 코인, RWA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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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래소로 떠난 160조 원정 코인, RWA로 막는다

한스경제 2026-01-06 10: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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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지난 5일 4457.5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내외 금융권의 시선은 이미 다음 먹거리인 '실물자산 토큰화(RWA)'로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다. 증시의 유례없는 호황이라는 현상을 넘어 전통 금융의 인프라 자체를 블록체인으로 이식하는 이른바 '디지털 금융 혁명'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대형 은행과 주요 증권사들은 아파트, 금, 채권 등 유·무형의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주식처럼 쪼개 거래하는 RWA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가의 빌딩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누구나 단돈 몇만 원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시장의 성장 전망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싣는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는 2030년 RWA 토큰화 시장 규모가 최대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 파이낸스는 4조~30조달러 사이 중간값으로 10조달러, 맥킨지는 2조달러를 전망하는 등 기관마다 예측치는 다르지만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전 세계 실물자산이 디지털 체제로 편입되는 거대한 경제적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유입된 유동성이 결국 실물 기반의 안전한 디지털 자산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며 "RWA는 향후 10년간 자본시장 지형을 바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지나며 '한탕 노리는 투기판'에서 '기관 자금이 움직이는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월가 리서치 기관 번스타인은 "비트코인이 고위험 자산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실질적 활용처를 증명하지 못한 알트코인들은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박 코인 찾기'에서 '실물이 뒷받침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한 곳은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해 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1000억~14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최종 인수를 위한 세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대형 금융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증권사는 코인 거래소를 살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평소 "웹3(블록체인 기반 인터넷)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 왔다. 미래에셋은 코빗의 인프라를 활용해 주식, 연금, 자산운용을 디지털 자산과 연결하고 토큰화된 부동산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종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대형 거래소도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는 2023년 국내 거래소 고팍스 지분 67%를 인수하며 한국 문을 두드렸고 당국의 심사 지연 끝에 지난해 10월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바이낸스는 약 1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고파이' 미상환 문제를 순차적으로 해결하며 고팍스를 '실물자산 특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로써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판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업비트와 빗썸이 시장을 양분해 왔지만 미래에셋-코빗과 바이낸스-고팍스가 가세하면서 '4파전'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서비스의 질이 '단순 매매'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이되면서 진검승부가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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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RWA에 몰두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막대한 자금 유출이다. 코인게코와 타이거 리서치 등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보낸 자금은 약 160조원 규모(1100억달러)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거래할 수 있는 코인 종류가 제한적이고, 이자를 주는 상품도 거의 없다 보니 투자자들이 바이낸스나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금 문제도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내년년부터 가상자산에도 양도소득세가 붙는다. 그런데 해외에서 산 코인은 얼마에 샀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세금을 제대로 매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면 토큰증권이나 RWA는 증권사나 신탁사가 거래 기록을 관리하기 때문에 세금 계산이 투명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RWA가 해외로 빠지는 자금을 막을 대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RWA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미국 국채와 회사채는 물론 아파트, 금, 원유, 탄소배출권까지 무엇이든지 토큰화가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국채를 담보로 한 토큰 펀드가 출시됐다. 과거에는 최소 500만달러(약 75억원)가 있어야 접근할 수 있었던 상품을 이제는 500달러(약 75만원)로 살 수 있다.

실물 연동 토큰은 이미 현실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 토큰이다. '테더골드'는 런던 금시장에 보관된 실물 금괴와 1대1로 연동된다. 금괴의 일련번호, 무게, 순도까지 블록체인에서 확인할 수 있어, 금을 직접 사지 않아도 금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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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역시 RWA로 확장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는 오래된 개념이지만 게임사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자산도 함께 사라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크로쓰(CROSS)'는 게임 아이템을 토큰화해 게임 밖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게임 아이템은 현실 자산이며 게임 토큰은 게임을 위한 RWA"라고 설명했다. 크로쓰에서는 게임 토큰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

결국 RWA가 부상하는 본질적 이유는 기존 금융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 주식은 거래 후 이틀이 지나야 정산이 끝난다. RWA는 거래 즉시 정산된다. 배당금 지급이나 의결권 행사도 자동으로 처리된다. 중간에 끼는 기관이 줄어드니 수수료도 낮아진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결제은행(BIS)이 "토큰화가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을 혁신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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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규제 정비 속도가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관련 제도 마련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디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다리를 놓는 속도보다 보고서 쓰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꼬집는다. 토큰화된 자산의 법적 성격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그리고 수익에 따른 과세 기준까지 무엇 하나 명확하게 정의된 게 아직은 없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시장은 이미 실물과 디지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국이 다리만 놓다가 끝날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법 테두리 안에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확정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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