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보관해 온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이 본국으로 돌아간다. 석사자상은 고(故)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33년 일본 경매에서 구입한 뒤, 1938년 보화각 건립과 함께 간송미술관 전시장 입구에 배치돼 현재까지 87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유물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해당 석사자상이 청대에 제작된 작품으로, 역사적·예술적·과학적 가치를 두루 갖춘 수준 높은 유물로 평가했다. 제작 기법과 장식 표현이 정교해 황족의 저택인 왕부의 문 앞을 지키던 택문 석사자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석사자상은 각각 높이가 1.9m, 무게가 1.25톤에 이르는 만큼 이후 구체적인 이송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6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오랜 논의와 준비가 적절한 시기를 만나 결실을 맺은 사례”라며 “중국 측과 이송 절차를 협의해 석사자상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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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은 빼앗길 수 없다”…문화 수호자 간송
간송 전형필은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낸 대표적인 문화 수호자이자 수집가다. 그는 일찍부터 우리 문화의 가치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음을 절감하고, 개인의 재산과 삶을 걸어 문화유산 수집에 나섰다. 당시 일본으로 반출되거나 헐값에 거래되던 고려청자와 조선 회화, 불교 미술, 고서와 고문헌 등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국보급 문화유산 다수를 보존해낸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국 미술사와 문화사의 큰 줄기를 지켜낸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문화는 빼앗길 수 있어도 혼은 빼앗길 수 없다”는 신념 아래 평생을 바쳐 우리 문화의 정수를 모으고 지켜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선생이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의 유출을 막고 ‘민족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만든 최초의 근대식 사립박물관이다. 1938년 세운 사립박물관 ‘보화각’이 전신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 40여건을 포함한 약 7000건, 총 2만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훈민정음’(국보 70호)을 비롯해 ‘청자 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혜원전신첩’(국보 135호)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북동의 본관을 중심으로 전시를 이어오다 2024년 대구에 분관(대구간송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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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고향에”…생전 뜻 결실
이번 이송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청대 석사자상 기증 협약식’에서 라오 취안(饒權) 중국 국가문물국장과 관련 협약 문서에 서명하면서 성사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간송미술관의 의뢰를 받아 석사자상의 중국 기증을 추진해왔다.
간송 선생은 생전 ‘석사자상은 중국의 유물이니 언젠가 고향에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간송미술관은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수장고를 신축할 당시 자체적으로 해당 유물의 중국 기증을 추진했지만 중단한 바 있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기증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의가 이뤄지면서 행정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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