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석유화학단지 ‘1호’ 재편안 제출로 모범적인 자구책 마련 사례를 남긴 롯데케미칼이 고부가가치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재편안에 따른 NCC 감축에 더해 자구적인 사업 정리와 고부가 소재 생산 설비 증설로 ‘범용 제품’과 ‘헤어질 결심’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는 롯데화학군 이영준 총괄대표(사장)의 신년사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6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영준 대표는 ‘사업구조 전환’을 올해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사업 경쟁력을 분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도화 작업,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케미칼과 함께 지난해 11월 사업재편안을 최초로 제출한 뒤 정부의 재편안 검토, 채권단 실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10여 곳의 금융사로 구성된 채권단과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채권단은 자구안의 실현 가능성과 재무 회복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1월 중으로 실사 작업이 종료되면 구체적인 금융 지원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국내 생산현장의 설비 조정에 이르기까지 사업구조 전환 및 경쟁력 혁신 활동을 일관성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실탄’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LCL 및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지분 처분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회사 LUSR 청산 ▲파키스탄 PTA 자회사 LCPL 매각 ▲대구 수처리 분리막 사업 매각 등 비효율 사업 정리를 통해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보유 사업을 항시 재점검해 경쟁력 높은 사업에 자원 집중, 열세 사업은 합리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인니 라인 프로젝트의 두 번째 지분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사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지분을 활용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확보된 현금 유동성은 재투자된다. 사업재편의 또 다른 축인 고부가 소재 생산 설비 증설이 기대를 모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규 투자와 재무관리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원료부터 판매 물류까지의 운영을 더욱 고도화할 자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 소재 생산 기업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남 율촌 공장을 올해 하반기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30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자동차 내·외장재 소재, 건축 소재, 가전, IT 등 주요 산업에 활용되는 고부가 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일부 라인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으며, 향후 최대 70만t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지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AI용 고부가 회로박 공급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 배터리 및 ESS, AI, 반도체 산업에 하이엔드 동박 및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공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울산에선 내년까지 80MW 규모의 ‘롯데SK에너루트’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4기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6월부터 20MW 규모의 상업운전을 개시한 바 있다. 이 발전소는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발전원으로서 20년간 안정적인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특히 롯데SK에너루트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타 발전소들과는 달리 향후 청정수소 도입 시 추가적인 설비 변경이나 개조 없이 연료전환이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또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재활용해 추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롯데에어리퀴드 에너하이’의 수소출하센터 상업 운영을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출하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인 450bar 고압 수소를 생산한다.승용차 기준 하루 4200대, 상용 수소 버스 기준 1100대에 공급 가능한 양이다.
뿐만 아니다. 일본 도쿠야마 기업과 합작 운영 중인 ‘한덕화학’의 반도체 현상액(TMAH) 제조 설비도 연내 증설할 예정이다. 경기도 평택 일원 약 9800평 규모 부지에 구축 중이며 올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TMAH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소재로, 한덕화학의 선제적 대응이 시장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소재 사업에서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지켜내는 원천은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에 기반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미래의 사업 방향과 동기화된 화학군의 중장기 연구개발 로드맵을 재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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