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이소라 기자]
입장권 부정 구매·재판매 전면 금지 ‘명문화’
콘서트·스포츠 경기 등 대중문화 티켓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암표’ 관행이 정부의 강력한 제재 예고에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가의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웃돈 거래가 포착되면서 이른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을 체감하는 소비자의 불만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단순 처벌 강화만으로는 시장을 바로잡기 어려운 만큼, 재판매 매수 제한과 가격 상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도 나섰지만…‘999만 원 암표’ 여전
정부는 지난 11월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일명 ‘암표 근절법’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입장권 부정 구매·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 이익은 몰수·추징 대상이며, 신고자에게는 포상금도 지급한다.
이는 최근 한국시리즈 입장권이 온라인에서 최고 999만 원까지 거래되는 등 매크로 사용 여부를 따질 수 없는 암표 판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현행법의 사각지대가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기존 법은 매크로 활용 시에만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상 구매 후 웃돈 판매’ 방식의 암표상들을 막지 못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고한 공연·스포츠 경기 암표 거래 근절 방안과 관련해 “형사처벌보다 과징금의 효과가 훨씬 크다”며 “과징금을 세게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법 시행은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라 암표 거래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연말 성시경·조용필·임영웅·임윤찬·조성진 등 인기 아티스트 공연의 VIP석은 정가의 2~3배, 일부 좌석은 10배까지 가격이 뛰었다. 클래식 공연의 경우 합창석(정가 3만 원)이 20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암표상 일부는 ‘아옮(아이디 명의 이동)’까지 해주는 등 전문적·조직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중고 플랫폼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올라오면 즉시 신고하지만,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한 뒤 되파는 경우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플랫폼 자율규제 나서… 매수 제한·가격 상한제가 ‘정답’
국내 최대 티켓 재판매 플랫폼 ‘티켓베이’는 최근 자율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판매 가능 티켓 매수 제한을 시작으로, 이달부터는 티켓 1매당 거래 가격 상한을 100만 원 미만으로 제한하는 상한제가 도입된다. 예매처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재판매가 가능해져 대량 매집 기반의 암표상 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도입을 통한 티켓 거래 플랫폼의 위축이 암표 근절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규제만 강화할 경우, 거래가 텔레그램·SNS 등 비제도권으로 이동해 소비자 사기 피해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소비자의 사기 피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중개 플랫폼의 규제 여파로 고가의 암표 거래가 SNS나 중고장터 등에서 이뤄지게 될 경우 사기 피해의 부담이 오롯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티켓베이 등 비제도권(재판매) 티켓 플랫폼은 실명 인증이나 환불·보상 장치가 없어 피해 구제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완전 금지가 아닌 ‘부분 허용+강력한 제한’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단속·기술·시장 설계 모두 필요
암표 문제는 공급 부족, 인기 공연의 과열 경쟁, 매크로 기술의 발전 등 시장 구조적 요인과 결합해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암표 근절을 위해서는 현재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에 더불어 매크로 차단 기술 고도화를 통한 조직적 암표 판매 차단 등 기술적 방지책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예매처, 기획사 등의 다각적 협력을 통한 실질적 암표 근절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스포츠 티켓 시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단속보다 중요한 것이 제도적·기술적·시장적 장치의 균형이다. 결국 암표 근절은 단순 단속이 아니라, 재판매 정책 전반의 구조적 개선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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