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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쟁은 감정의 온도가 유난히 높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미흡한 대응,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를 두고 “이 정도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앞세워 책임을 축소하려 했다는 이른바 ‘셀프 면죄부’ 논란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치권에서는 부분 영업정지나 신규 회원 가입 제한 같은 고강도 제재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은 분노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1700만명에 달하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작년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1400만명대까지 급감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을 떠났다. 하지만 이탈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말 DAU는 약 1523만명으로 반등했고, 올해 들어서는 1530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쿠팡 논란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쿠팡은 이미 생활 인프라다. 로켓배송으로 시작해 쿠팡이츠, 쿠팡플레이로 이어진 서비스 묶음은 소비자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다른 대안도 마땅찮다. 고객 이탈이라는 시장 차원의 응징이 어려운 이유다.
여론의 결도 단순하지 않다. 댓글을 보면 “쿠팡이 이렇게까지 두드려 맞을 만큼 잘못했느냐”, “오너가 직접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평성을 잃은 제재를 하는 게 맞느냐”는 반문도 적지 않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쿠팡은 기존 유통 구조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편의를 제공한 혁신 기업이다.
그렇다면 규제와 제재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두 번째 딜레마가 등장한다. 쿠팡이 저지른 잘못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르다.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던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태도가 불손하다는 이유로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괘씸죄일 뿐이다. 쿠팡이 이를 법정에서 뒤집을 경우 남는 것은 집행되지 못한 규제와 소송 비용, 정책 신뢰 훼손이라는 공적 부담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을 국민들에게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누군가 답해야 한다.
이 딜레마는 새벽배송 논란에서도 반복된다. 새벽배송은 장시간 노동과 건강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노동권 보호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직접 이해관계자인 택배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90%를 넘는다. 이유는 고수익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새벽배송 폐지 반대 청원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소비자는 편의를 얻고, 노동자는 높은 수익을 얻는 구조를 단순히 ‘나쁜 기업의 착취’로 규정하는 건 무리다.
새벽배송을 제한하거나 노동 기준을 강화하면 쿠팡이 그 부담을 모두 떠안을 리가 없다. 비용은 결국 배송비 인상이나 수수료 조정의 형태로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를 구현하려는 정책이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또 다른 반발을 낳는다.
쿠팡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할 책임 기준, △노동과 배송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운영 조건, 그리고 △높아진 기준으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에 대한 원칙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무엇을 지키면 되고, 무엇을 넘어서면 제재를 받는지 예측 가능한 규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행동이 바뀐다.
소비자는 정의를 결제하지 않는다. 좋은 제품과 편리한 서비스를 결제할 뿐.
쿠팡을 바꾸고 싶다면 분노를 앞세울 게 아니라, 보안·노동·상생에 대해 어떤 기준을 어떻게 지키게 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쿠팡 딜레마를 푸는 열쇠는 감정이 아니라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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