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을 보는 눈⑮] 사다리에서 둥지로: 7조 원 증액된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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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조원을 보는 눈⑮] 사다리에서 둥지로: 7조 원 증액된 공공임대주택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5 21:58: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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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대한민국에서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오랫동안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26년도 총지출 728.0조 원이라는 거대한 재정 설계도는 이 오래된 믿음에 균열을 내며 새로운 주거 철학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지출 항목 중 하나는 공공임대주택 및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 예산 증가의 숨은 주역인 임대주택 프로그램은 전년 대비 무려 7조 원 이상 증액 편성되며 한국 부동산 정책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

소유에서 거주로: 7조 원이 붓는 주거의 기초

2026년 예산안의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주거 정책의 방향이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대출, 혹은 분양 주택 지원에서 임대주택 공급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와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7조 원 이상의 증액은 정부가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보다는, 국가가 직접 집을 지어 저렴하게 빌려주는 실물 복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천명하며 주거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집을 사서 자산을 불리는 시장의 논리 대신, 누구나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둥지를 제공하겠다는 기본 주택 철학이 예산으로 구체화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증액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날 선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 측 의원들은 1,413.8조 원에 달하는 국가 채무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6%에 이르는 부채 비율을 언급하며, 확장적 재정이 초래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우려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의 질적 개선 없이 물량만 늘리는 방식은 결국 관리 부실과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국회 예결위의 밀실과 지역구의 욕망

임대주택 예산이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사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증액 과정에서는 여야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결과, SOC 분야는 정부안보다 3,000억 원 이상 증액되며 최종 확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지역구 챙기기 예산들이 소리 없이 예산안에 올라탔다.

기재부 소관 국유재산관리기금의 경찰 관련 시설 예산이 대표적이다. 총 40개의 내역 사업에 279억 원이 신규 반영되었는데, 이는 대부분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을 수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한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 보조를 위한 공급 배관 건설 지원에 1,400억 원이 증액되었고, 대중교통 정액 패스의 비수도권 우대 및 이용 한도 폐지를 위한 환급 지원에도 305억 원이 추가 할당되었다.

이러한 미시적 지출 조정을 두고 서울시립대학교 김우철 교수는 토론회에서 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 재편이나 정책 기조의 실질적 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임대주택 예산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실제로는 과거의 방식대로 지역구 인프라 예산을 끼워 넣는 관행이 반복되었다는 취지다. 한병도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간사단은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항변했으나, 재정 총량 관리의 부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역설: 지원인가 간섭인가

7조 원의 투입은 주택 시장에 양날의 검과 같다.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는 서민 주거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민간 건설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한 야당 위원은 정부가 임대주택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를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택 공급 생태계의 불균형을 경고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M.AX얼라이언스(한국 정부 주도의 민·관 합동 협력체)와 연계된 지역 거점의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육성을 통해 지방의 주거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공공 주거 지원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청사진을 고수했다. 특히 전라남도 무안군 등 인구 감소 지역에 지역 화폐 발행과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 지원(19억 원)을 연계하여 주거와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지자체들의 실험이 이번 예산안을 통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주거 및 인프라 예산은 2026년 한국 사회가 지불해야 할 주거 기회비용의 총합이다. 728조 원이라는 확장 예산의 기조 속에서, 국가가 직접 부동산 시장의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이 거대한 실험이 과연 주거 사다리를 잃어버린 세대에게 실질적인 안식처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공공임대주택 7조 원 증액은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가장 선명한 정책적 도박이다. 국가 부채 비율 51.6%라는 위태로운 지표 위에서 지어진 이 둥지들은, 국민에게 소유의 강박에서 벗어난 안온함을 약속한다. 그러나 지역구 민원을 위한 잘게 쪼개진 인프라 예산과 융합된 이 거대한 재정 투입이 실제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비효율적인 관제 부동산의 사례로 남을지는 이제 집행의 효율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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