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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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바라보는 김정은의 속내

BBC News 코리아 2026-01-05 18:34: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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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3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되어 뉴욕으로 압송되는 사진
Reuters
3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되어 뉴욕으로 압송되고 있다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축출됐다.

체포의 명분은 마약 밀매 및 국제 범죄 연류인데, 미 법무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기소한 상태였다. 여기에 부정 선거를 비롯한 최악의 경제 파탄, 인도적 위기 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마두로 대통령은 저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미국으로 압송됐다. 그리고 그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미 백악관은 '범죄자가 걸어갔다'며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마약단속국으로 연행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이 '주권 침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약범 체포'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작전을 감행해 한 나라의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극초음속 미사일은 갑자기 왜 쏘아올렸을까? 혹시 마두로 대통령 다음 표적이 자신일 수 있다는 두려움의 방증이었을까, 아니면 정 반대로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김정은 '나는 마두로와 달라'

한국의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사태를 목도한 김정은 위원장이 꽤나 큰 충격을 받기는 하겠지만 곧장 자신은 마두로와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핵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는 BBC에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계속해 왔고 이미 두 차례 북미 회담을 통해 대화를 나눈데다 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크게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러우 전쟁 파병으로 러시아와 혈맹 관계로까지 발전했고 지난해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 역시 큰 뒷배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인데, 북한이 오히려 그런 측면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곽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북한이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계기로 범 사회주의권 연합을 단결시키려는 동시에 북미대화를 거절하는 명분으로 삼고 또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는 '미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 등 내부 선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역시 북한이 "미국이 자신들에 향해 그러한 군사적전을 펼치지 못할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

때문에 "미국 역시 베네수엘라에 하듯 북한을 다루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은 오히려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한 뒤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지정학적 위기'와 '국제적 사변'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공습,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압송, 가자전쟁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대화에 영향 줄까?

2019년 6월 30일 한국 판문점 남북 군사분계선(MDL)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2019년 6월 30일 한국 판문점 남북 군사분계선(MDL)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가능성이 점쳐지는 북미 회담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미국 내에서는 이미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이 이란, 북한 등을 향해 "대화에 응하면 살 길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두로처럼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정성장 부소장은 "북한 내 김정은에 대한 신변 경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에 대해 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국빈 초청한다면 베이징에서 미북 양자 또는 미중북 3국 정상회담이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북미 협상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5일 열린 '한국의 주변국 외교 및 대북전략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군사 작전에 북한에 큰 압박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무력을 사용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미북 간의 협상의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셈"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미북 정상회담의 시점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올해 안에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4월이나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이후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시진핑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했으며2026년 4월 베이징 방문 초청을 받아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정상은 지난해 10월 30일 경주 APEC 참석을 계기로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이후 미중 관계가 '충돌'에서 '관리' 모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베네수엘라 어떤 관계?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반미 결집'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묶인 전략적 동맹 관계다.

1974년 수교 이후 평이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양국은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집권 이후 급진전됐는데, 차베스는 북한의 '자립 경제'와 '반미 노선'을 찬양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유대감을 형성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핵 보유와 미사일 도발을 '자위권'이라며 옹호해 주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에는 경제난 속에서도 평양에 상주 대사관을 개설하며 끈끈함을 과시했는데, 이는 당시 대북제재로 어려움을 겪던 북한에게 '고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었다.

두 나라 모두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서로를 "제국주의에 맞서는 같은 참호 속의 전우"로 규정해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레이더 시스템 등이 베네수엘라에 제공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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