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5극3특 광역 행정통합(메가시티)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광주시와 전남도가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통합을 먼저 제시한 지역은 대전·충남이지만 행정통합 1호가 갖는 상징성에 더해 행정통합을 실행한 광역 시·도에 주어지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어 후발 주자인 광주·전남과 대전·충남이 행정통합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전남은 오는 9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광주시장, 전남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의 만남을 통해 행정통합을 위한 가시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행정통합 논의에 대전·충남이 앞서 있었지만 통합을 위한 특별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뒤늦게 뛰어든 광주·전남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전·충남은 1월 특별법안의 초안을 마련하고 2월 공론화 등의 절차를 거쳐 3월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후발 주자이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2일 행정통합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을 총괄한 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행정통합에 발 빠르게 나서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시·도지사·지역 국회의원 모여 논의…특별법·주민수용성 관건
행정통합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주민의견 수렴이다. 대전·충남은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특별법이 제출된 상태이며 광주·전남은 아직 주민의견 수렴방식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동의할 경우 주민투표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동의 방식을 선택하면 행정통합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만 주민수용성에 문제가 생긴다.
6월 지방선거에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2월 이전에 특별법이 통과돼야 해 대전과 충남, 광주와 전남 모두 행정통합 1호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와 조직 특례 부여를 비롯해 통합 추진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교부세와 보조금 등을 추가로 지원 받는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광주시·전남도가 행정통합을 선언하자 엑스(X·옛 트위터)에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쉽지 않아 보였던 광역단체 통합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행정통합을) 하기로 했다면서요, 수고했어요"라고 말했고, 김영록 전남지사에게도 "잘하셨네요"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오는 9일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찾는다. 이번 회동은 지난 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발표된 '광주·전남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 이후 대통령이 직접 화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간담회에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통합 광역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1일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담은 행정통합 로드맵이 주요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전남도, 행정통합 총괄할 '추진기획단' 공식 출범
광주시와 전남도가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통합 준비에 착수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전담할 공식 조직을 출범시키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전남은 5일 도청 18층 추진기획단 사무실 앞에서 행정통합 업무를 총괄할 전담 조직인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 현판식을 열고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현판 제막에 앞서 담화문을 통해 "6월3일 지방선거를 통해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1일 320만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시·도민의 희망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 제1호 통합 광역지방정부 출범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판식에는 김 지사와 강위원 경제부지사, 윤진호 기획조정실장, 고미경 자치행정국장, 관련 실국장과 출연기관장 등이 참석해 광주·전남 대통합 추진 의지를 다졌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은 1단 2과, 22명 규모로 구성됐으며 단장은 강위원 부지사가 맡는다. 추진기획단은 △통합 준비 기본구상안 및 종합계획 수립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과 특례 발굴 △시도 통합추진협의체 구성·운영 △도민 의견수렴과 대외 홍보 등 행정통합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 체제' 실현을 뒷받침하고, AI·에너지 시대 광주·전남을 남부권 반도체 벨트의 중심축이자 대한민국 미래 핵심 거점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광주시도 같은 날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 현판식에는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서용규 시의회 부의장, 고광완 행정부시장, 김영문 문화경제부시장, 이병철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광주시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은 1단 2과 16명으로 구성됐으며, 단장은 김영문 부시장이 맡는다. 양 시도의 기획단은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행정통합 논의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강기정 시장은 "지난 30년간 행정통합을 이루지 못했으나 이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 김영록 지사의 선제적 제안, 저의 결단으로 기회의 창이 열렸다"며 "부강한 광주·전남에 대한 시도민의 열망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미 보여줬다. 추진단 출범을 시작으로 부강한 광주·전남의 열망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역 與의원들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광주와 전남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도 행정통합을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광주시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선출직 공직자들은 5일 새해를 맞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일부 참석자들이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해 언급했다.
정진욱(광주 동남갑)·안도걸(광주 동남을)·정준호(광주 북구갑) 의원은 "행정 통합을 통해 신성장 동력의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제1호 슈퍼 지자체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행정통합에 대해 언급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올해는 부강한 광주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 가야 한다.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광주·전남 통합을 통해 그 원년이 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라고 시민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개호 민주당 국회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5일 '광주·전남 시도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역사적으로 한 뿌리인 광주와 전남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순리"라며 "지금이야말로 통합의 이익을 현실로 만들 절호의 적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가 성장지도를 기존 '수도권 1극 체제'에서 '5극 3특 체제'로 개편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균형발전 의지를 언급하며 "지난 2일 시·도지사 공동선언에 이어 대통령실도 지원 의지를 밝힌 지금이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최적기"라고 전했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간 이견이나 쟁점에 대해선 '선(先) 통합 원칙'을 분명히 한 이 의원은 "작은 이해관계나 세부적인 쟁점에 발목이 잡혀 지역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경계했다.
그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이행해 반드시 오는 7월 통합 시·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시도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광주 북구을)도 5일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지역 생존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며 행정통합을 찬성했다.
전 의원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현재의 분절된 행정 체계로는 광주·전남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이 아니면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적기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와 전남이 역사·산업·생활권 전반에서 이미 '하나의 공동체'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하며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올해 6·3 지방선거 이전에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통합 논의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려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은 논의의 시간이 아닌, 행동의 시간이다. 늦어질수록 지역발전 비용은 커지고, 대통합 기회는 줄어든다"며 "국회와 지역에서 행정통합이 신속하고 책임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정치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 지방시대위원회 찾아 김경수 위원장 예방
행정통합 논의에 불씨를 당겼던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5일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지방시대위원회를 김경수 위원장을 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공공기관 충남 유치 등 핵심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통한 초광역 국가 발전 모델 선도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조속 추진 및 드래프트제 시행 △송전선로 신설 재검토 및 전력요금차등제 조속 시행 등 3개 현안을 꺼내들며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 위해선 파격적인 권한 이양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재정 구조로는 지방소멸 대응과 전략 산업 육성 등 지역 주도 성장이 불가한 만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독일의 45:55나 스위스 48:52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 257개 특례조항 원안 반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별법 특례조항은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소비세 등 국세·지방세 추가 확보를 위한 재정특례와 중앙기관의 인력과 재정 이양, 특별행정기관의 이관과 각종 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 지사는 "행정통합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고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선 "충남은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제외됐고 그동안 인구 유출과 면적·세입 감소 등의 역차별을 감내했다"며 정부 발표 로드맵대로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해야 전력 수요가 높은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송전비용도 절감 가능하다"며 △수도권 연결 송전선로 신설 계획 재검토 △분산에너지법 취지에 맞도록 전기요금차등제 설계·시행 등을 위해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가능"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간 행정 통합과 관련한 지방선거 일정에 대해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에 출연해 '양쪽 두 개의 메가시티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성태의>
이어 "대통령이 (중국에서) 돌아오셔서 광주, 전남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나면 큰 윤곽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 단체장이 대전·충남이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에 추진했던 것이다. 법이 통과되고 양 기관 단체장의 통합 선언과 주민투표, 의회 통합이 있어야 하는데 대전·충남이 미리 두 가지를 해놓았고, 법만 통과되면 되니 민주당이 협조해 달라는 게 단체장들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대전·충남이 제일 빠를 줄 알았는데 인센티브를 주고 집중적으로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고 하자 광주·전남이 더 먼저 치고 나오는 것 같다"며 "지난 2일 광주, 전남 광역단체장이 통합 선언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광주, 전남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나면 윤곽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6·3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기 위해선 2월까지 기존 시·도를 없애고 새로운 통합 지방정부를 만드는 특별법이 만들어져 지방의회와 주민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늦어도 4월 이전에 당내 경선을 마무리해야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가능해지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다.
행정통합 추진 공감하지만 속도전에는 신중론 제기
민형배·주철현 의원 "행정통합 시점 2030년 전후로 해야"
정부과 당은 행정통합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민주당 내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경선을 준비 중인 출마 예정자들은 신중론을 제기했다.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과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 갑)은 행정통합 추진의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통합 시점은 2030년 전후로 설정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경계했다.
실질적으로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돼 통합 단체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단일 선거구를 중심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도 무의미해져 현직 시·도지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주시장 유력 후보인 민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남·광주 통합에 찬성한다. 논의와 추진에 속도를 내야한다"면서도 "대전 충남의 경우처럼 내년(2026년)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 하는 시간표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선거 뒤 차기 시도지사가 임기 내에 통합을 완료하고 2030 지방선거는 통합 광주·전남으로 치르자"고 제안했다.
전남지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전남과 광주는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하나의 뿌리다. 민 의원님이 제안하신 '2030 통합 광주·전남 사회계약' 체결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행정통합에 찬성하면서도 자신들이 도전하는 올해 선거는 이대로 치르자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다만 이들은 지난 2일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통합 선언 이후엔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 "졸속처리할 일 아냐, 준비 없는 통합 우려"
행정통합 특별법을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시화순군)도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남·광주 통합은 필요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처럼 준비 없이 당장 시도 통합을 실행하는 데에는 우려가 있다"며 '속도'보다는 '신중론'을 주장했다.
신 의원은 "도민과 시민을 제쳐 놓고 정치인들이 졸속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영록 지사는 불과 엊그제까지 전남특별자치도가 전남의 살길이라고 강조하는 등 양 시도는 그동안 전남·광주 공동사업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이랬던 두 분(강기정 광주시장ㆍ김영록 전남지사)이 갑자기 전남·광주 통합을 당장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역지자체 통합 문제를 임기 6개월 남은 시도지사의 선택이나 선거 전략에 내맡길 수는 없다"며 "자치단체장의 임기인 2030년 이전까지 완전한 통합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당장 올해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에 반대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재태 전남도의원은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행정통합은 전남의 정체성과 자치권, 재정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속도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와 논의 없는 단체장 공동선언 방식에 대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하는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물살을 탄 행정통합에 대해 당내에서도 신중론과 속도론이 엇갈리고 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