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곧 정의’… 트럼프, 패권주의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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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곧 정의’… 트럼프, 패권주의 시대 열었다

이데일리 2026-01-05 16:29: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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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을 이용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며 우리의 외교전략도 예상치 못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이 서반구에서 영향을 키워온 중국에 ‘힘을 통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 속에 주요 2개국(G2)의 갈등이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북한의 ‘핵 집착’을 강화하며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사태 후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는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를 뒤흔든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원론적’ 입장에 머무는 말이다.

이번 사태는 국제질서가 ‘규범’보다는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변곡점을 맞았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사태의 주인공은 과거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다자주의를 강조하던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맞물려 미국은 경제적으로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한 데 이어 이제 정치적으로 ‘패권적 영향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통해 중국 등 자신들을 향해 도전하는 세력 전반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향해 ‘다자주의’와 ‘국제법’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중국이 됐다. 사태 직후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패권 행위는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침범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그런데 이번 사태는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방중과 맞물렸다. 한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오랜 우방이자, 이번엔 ‘힘에 의한 평화’를 선택한 미국과 이제 막 관계정상화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으며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중국 사이에 서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평가는 선을 긋고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지적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국제주의 원칙을 어긴 면이 분명히 있지만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긴 어렵다”라며 “대중관계도 개선해 나가야하는 정부로선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라는 원론적인 표현을 유지하며 양측을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북한의 ‘핵 집착’을 강화하며 한반도 긴장 고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공존 프로세스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우리 정부의 대북전략도 재검토 해야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단순한 해안 봉쇄가 아니라 직접 베네수엘라에 진입해 체포까지 이뤄졌다는 점은 북한 입장에서 적지 않은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조선인민군 주요 화력타격 집단 관하 구분대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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