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산업·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회복’으로 인해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년 범금융 신년인사회’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의 낮은 성장률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문 간 격차가 큰 K자형 회복으로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상 환경과 주요국의 재정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조정 가능성 등 새로운 리스크 요인도 거론되고 있다”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 “현 환율 흐름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와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정부와 중앙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한국은행 시무식에서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가 외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며, 장기 수익률과 국민 경제 전반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프레임워크’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성장·물가·금융안정 간 정책 변수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며 “다양한 경제지표를 면밀히 점검하며 보다 정교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히고 정책 방향성을 적시에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 역시 경제 양극화와 잠재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금융위원장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포용금융과 첨단산업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을 강조했고,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의 손실 흡수능력 강화와 위기 대응 역량 제고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신년 덕담으로 사자성어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인용하며 “여러 난관이 놓여 있지만 금융권이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권의 단합과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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