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금리 역전' 현상…시스템 흔들지 말아야[기자수첩]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심화하는 '금리 역전' 현상…시스템 흔들지 말아야[기자수첩]

이데일리 2026-01-05 15:26:1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모두가 알듯이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법으로 최고 금리를 제한하긴 하지만, 위험이 높은 대출에 더 높은 금리를 받는 건 가장 기본적인 시장 원리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말을 계속 던지고 있다.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라”거나 “현재 금융 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 계급제” 같은 발언들이다. 금융의 가격 체계를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말은 저신용자 등 취약 계층을 지원하자는 ‘선의’에서 나온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벼랑 끝에 선 나머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이 많다. 약탈적 대출을 막고,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확대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선의일지라도 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은 결국 금리라는 가격 신호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 벌써 일부 은행에선 900점 이상 고신용자보다 600점대 저신용자의 금리가 더 낮은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광범위한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떼일 위험이 큰 대출일수록 금리가 높아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위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출이 늘수록 연체율 관리 부담은 커진다. 그 부담은 고신용자에게 전가되거나, 더 나아가 저신용자 대출 공급 자체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가격을 눌러놓으면 공급이 움츠러드는 것은 금융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선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역차별을 느낀다는 성실 상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봤자 이익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고신용자들을 ‘고소득자’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이들의 박탈감만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말 어려운 금융 약자를 돕는 방식은 금리를 통제하는 게 아니다. 금융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라면 억지로 시장에 떠넘기기보다 재정과 복지 정책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낫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금융시스템을 흔들어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포용’과 ‘원칙’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