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안서 평가 논란···‘방산 입찰’ 왜 바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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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안서 평가 논란···‘방산 입찰’ 왜 바뀌지 않나

이뉴스투데이 2026-01-05 15:0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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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수원지방검찰청이 방사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안서 평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방위사업청]
지난달 30일, 수원지방검찰청이 방사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안서 평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방위사업청]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지난달 30일, 수원지방검찰청이 방위사업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국내 방산업계가 술렁였다. 입찰 경쟁 과정에서 제안서 평가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수차례 손질해 온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방사청 소속 전문관 등이 LIG넥스원에 사업 관련 정보를 흘려 제안서 평가를 유리하게 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수사 결과가 나오면 법령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관련 업계들 사이에서는 방산 수주에서 당락을 가르는 ‘제안서 평가’ 제도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안서 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과거부터 반복돼 왔고, 그때마다 평가 지침과 절차가 보완됐지만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페이퍼 중심 평가 한계…‘검증 절차 부족’ 지적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제안서 평가가 ‘페이퍼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 자체가 취약점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주장만으로도 일정 점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평가위원 몇 명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제안서 평가는 기술과 가격뿐 아니라 연구개발 계획, 투자 규모, 인력 확충, 향후 발전 전략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래 계획’에 해당해 현재 역량처럼 바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 계획은 사후 점검도 쉽지 않다”며 “이런 항목의 비중이 커질수록 평가가 주관적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등 첨단 방산 분야는 평가를 맡을 수 있는 전문가 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한정돼 있다 보니 평가위원 구성이 반복되고, 그 자체가 공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통상 해당 사업에 관여한 인물은 평가에서 배제하게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논란 소지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안서 평가, 기술 중심으로 이동해야

방산 전문가들도 이 같은 불공정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과 방식 자체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입찰 결과를 두고 불공정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는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며 “탈락한 업체는 불공정을 주장하고, 선정된 업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구조가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사안의 진위는 수사나 재판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지만,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특정 사건과 무관하게 계속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기술 평가의 전문성과 깊이가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그는 “무기체계 개발은 본질적으로 기술 경쟁인데, 실제 평가에서는 가격이나 제안서 구성, 형식적인 요소가 기술 평가를 우선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업체들이 사전에 투자한 기술 개발 성과나 연구 역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평가 비중은 업계의 문제 제기로 상당 부분 조정됐고, 최근에는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점수 차가 크게 나지 않도록 개선된 것으로 안다”며 “가격 자체보다 기술 평가의 전문성과 깊이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기술 검증을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시제(試製) 개발과 실증 평가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는 “업체별로 시제를 개발해 성능과 완성도를 직접 비교하고, 국산화 수준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 가장 명확하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시제 개발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탈락한 업체에 대한 보상 체계가 약한 현실에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재정 당국도 복수 개발에 따른 비용 증가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기존 개발 실적, 관련 특허, 전문 인력 규모 등 서류 중심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유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정책 방향이나 상생 요소, 보안 점수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평가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평가 점수가 왜 벌어졌는지 제3자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객관적 근거가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평가위원 선정 과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기록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입찰 논란, K방산에도 악영향

무엇보다 방산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입찰 불공정 논란에 대해 K방산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중동·남미 등에서 대형 수주 성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이 제안서 평가 업무와 관련한 자체 감사를 예고한 만큼, 이번에는 재발 방지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제안서 평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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