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2026년 병오년을 맞아 삼성·SK·LG·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는 공통적으로 ‘인공지능’과 ‘혁신’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재계의 새해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도 명확했다.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 5단체, 정부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규제·노동·기술 혁신을 언급하며 AI를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규정하고 불확실한 대외 환경을 돌파할 해법으로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올해 재계 신년사의 공통 화두다.
◆ 총수들 한목소리로 "AI는 생존 조건"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AI가 최우선 키워드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삼성·SK·LG·한화 등 이른바 4대 그룹은 물론, HD현대·GS·포스코 등 전통 제조·에너지 기업까지 AI를 그룹 차원의 핵심 전략어로 전면에 배치했다. AI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거대한 흐름’ 또는 ‘피할 수 없는 대전환 등으로 규정하며 본본격적인 전환과 실행 단계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와 세트(DX) 양 축에서 AI를 고리로 한 투트랙 전략을 분명히 했다. DS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AI 시대를 선도하자”며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경쟁력을 앞세워 AI 인프라 시장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DX부문 수장인 노태문 사장은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며 제품·서비스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AX(AI Transformation)’를 일하는 방식 혁신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를 ‘승풍파랑(乘風破浪)’으로 요약했다. 거대한 AI의 바람을 타고 거친 글로벌 시장의 파도를 헤쳐 나가자는 의미로 반도체·에너지·통신 등 SK가 축적해온 자산을 결집해 ‘AI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최 회장은 AI를 “SK그룹의 명운을 결정지을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표현하며 기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개선에 AI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AI 시대를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으로 규정하며 LG만의 방식으로 혁신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객 경험과 신사업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격차를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단순한 AI 기술 도입을 넘어 AI를 매개로 한 고객 가치 혁신과 사업 재정의를 주문한 셈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AI를 함께 언급하며 방산·조선 중심의 미래 성장 스토리를 제시했다. 김 회장은 마스가를 통해 “한미 양국 산업 협력을 주도하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AI·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기술을 보유해야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방산·우주·에너지 등 전략 분야에서 기술 자립과 글로벌 전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테크 기업’ 한화를 전면에 내세운 대목이다.
◆ 조선·에너지·유통까지 번지는 ‘혁신·피지컬 AI’
조선·에너지 등 전통 제조업 중심 그룹들의 메시지에서도 ‘혁신’과 ‘AI’는 빠지지 않았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 중국발 수주 공세 속에서 한국 조선업의 위치를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안갯속”으로 진단하면서도 해답으로 ‘혁신 DNA’와 ‘두려움 없는 도전’을 제시했다. 또한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발을 내딛자”며 친환경·자율운항·해양에너지 등 신해양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로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를 ‘AI 비즈니스 임팩트’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룹 전 구성원의 생성형 AI 역량 강화를 선언했던 ‘AI 원년’ 선언 이후 2년 만에 이제는 현장 도메인 지식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실제 수익과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라는 주문이다. 에너지·유통·인프라 등 GS의 핵심 사업에 AI를 입혀 공정 최적화, 수요 예측, 고객 맞춤 서비스 등에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보이라는 요구인 셈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안전·현장경영 기조 속에 AI·친환경 전환을 축으로 미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장인화 회장은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와 함께 에너지사업 수익성 제고, 신사업 발굴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조하며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언급했다.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을 AI 기반 ‘K-세이프티·K-그린’ 모델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 시무식 대신 '현장경영'…리더십 방식도 ‘전환’
올해 재계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경영’으로 상징되는 리더십 방식의 변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공식 시무식을 아예 열지 않기로 했고 SK·LG 역시 코로나19 전후로 없앤 시무식을 대신해 새해 첫날부터 각자 사업 현장에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형식적인 행사보다 현안 점검과 구성원 소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시무식 대신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과 2제강공장을 잇달아 찾은 것, SK이노베이션 등 SK 에너지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새해 벽두에 울산 콤플렉스를 방문해 구성원을 격려하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조속한 완수를 주문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한화는 기존처럼 회장 주재 신년 하례식만 유지하고 별도 시무식은 열지 않기로 하면서 방산·조선·에너지 현장 중심의 경영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말부터 반도체 R&D 거점인 NRD-K를 찾아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한 데 이어 새해 첫 글로벌 일정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 AI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공통 화두로 격상된 가운데 각 그룹은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 AI와 디지털 혁신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깊게 접목하느냐를 새해 승부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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