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환율 안정이 지연될 경우 수입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어,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오르고,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흐름이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이미 연 6%를 넘어선 가운데, 차주들의 금리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대 금융 “올해 환율 1400원대 유지 전망”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회장들은 새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은 연중 1400원대 중반을, 하나금융도 상반기까지 1400원대 유지를 예상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상반기까지 1400원 중반을 유지한 뒤, 하반기 들어 1300원 후반대로 내려갈 가능성을 점쳤다.
실제 환율 흐름도 이 같은 전망에 부합하고 있다.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7.60원에 거래됐다.
금융권 전반에서는 “상반기까지 고환율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고환율이 단순한 외환시장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곧바로 생활물가 전반으로 전이된다. 한은으로서는 물가 불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렵다.
◇고환율 지속에 은행 주담대 금리 상승
이 같은 통화정책 제약은 시장금리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이는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12월 5일 연 3.452%에서 이달 2일 3.497%로 상승했다. 소폭이지만 방향성은 분명히 ‘상승’이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초 2%대 후반에서 시작해 현재는 3%대 중후반까지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과 8월, 10월과 11월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연 2.50%)한 영향이 누적된 결과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겹치면서 한은은 금리 인하 대신 ‘동결’을 선택했다.
◇차주 부담 확대…통화정책 최대 변수 된 환율
기준금리 동결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은 결국 은행 대출 금리를 끌어올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3.94~6.24% 수준이다. 약 반년 전과 비교하면 하단은 0.7%포인트, 상단은 0.5%포인트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고환율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며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대출 금리 인상 압력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차주들의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당시 연 2%대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아 월 상환액이 크게 늘었다. 현재 금리 하단인 3% 후반대로만 재산정돼도, 매달 수십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총량 관리 기조,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 고환율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동시에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정책·시장 요인이 겹치면서 차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의 고착화는 한은의 통화정책 선택지를 제한하고, 그 영향은 은행 대출 금리를 통해 가계로 전달된다. 향후 환율 흐름과 물가 안정 여부가 기준금리 경로는 물론 가계의 금융 부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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