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KT가 무단소액결제와 해킹 사태 보상으로 계약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하자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선 SK텔레콤 때와 마찬가지로 이탈 수요를 잡기 위한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가 휴대폰을 대폭 할인하거나 현금을 지급하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기존 사용 단말은 유지한 채 유심만 이동하고 한 달 이후 기기를 교체하면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는 ‘유심 이동’ 정책도 내놓았다. 현재 최신 프리미엄이 없기 때문에 단말 교체 수요가 낮은 시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3일까지 5만2661명이 KT를 이탈했다. 전체 KT 이탈 고객의 71%는 이동통신사 3사 중 SK텔레콤으로 이동했다. 알뜰폰을 포함할 경우 KT 이탈 고객의 65%가 SK텔레콤을 선택했다. 위약금 면제 시작 후 첫 주말인 3일에는 KT 이탈이 2만1027건 발생했다. 이는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이후, 하루 기준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는 추가 보조금이 공격적으로 실리고 있다. SK텔레콤은 5G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갤럭시S25 시리즈·갤럭시Z플립7 번호이동 가입자에 약 90만원대 중후반, 갤럭시Z폴드7에는 100만원대 중후반, 아이폰17에는 80만원대 초반 수준의 추가 보조금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최근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이른바 ‘선이동 후기변’ 정책도 등장했다. 기존 사용 단말은 유지한 채 일단 유심만 이동해 통신사를 바꾸고 이후 기기를 교체하면 추가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SK텔레콤은 일부 유통망을 상대로 ‘유심 이동’ 가입자 1명 확보 시 최소 40만원 규모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LG유플러스 역시 유통망에 ‘중고 MNP(번호이동) 개통 후 기변 활성화’ 정책을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단말을 교체하지도 않는데 유심이동 만으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달에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6이 공개되고 조만간 출시되기 때문에 유심 이동은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유심 이동은 단말 비수기를 감안한 특별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KT에서 이탈하는 이용자가 지속해서 늘어날 경우 통신 시장 점유율이 바뀔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휴대폰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이 2024년 12월 40.6%에서 지난 10월 38.9%로 1.7%포인트 떨어졌고, KT(23.5%→23.7%)와 LG유플러스(19.2%→19.5%)는 소폭 올라갔다. 알뜰폰은 16.7%에서 17.9%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이번 KT 위약금 면제가 SK텔레콤의 점유율 40% 재탈환 또는 LG유플러스의 20% 진입을 앞당길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7월 4일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약 10일간 16만6000여명의 가입자가 통신사를 이탈한 전례가 있다.
KT의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KT는 △이탈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기존 이탈 고객에 대한 위약금 면제 소급 적용 등을 비롯해 잔류 고객에 대해서는 △6개월간 매월 100GB(기가바이트) 데이터 제공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권 제공 △멤버십 혜택 강화 △안심·안전보험 2년치 가입 등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KT는 이같은 보상안이 4500억원 규모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은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위약금 면제 외에도 △전체 잔류고객을 대상으로 8월 한 달 통신료 인하 △5개월간 매월 50GB 데이터 제공 △멤버십 혜택 강화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의 보상안은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KT는 실제 368명의 고객에게 직접적 금전 피해가 발생했고, 펨토셀(소형 기지국) 관리 부실로 인해 고객 통화와 문자 메시지 유출 가능성 등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실제 통화·문자 유출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KT의 로그(데이터 송수신 기록) 보관 기간이 1~2개월에 불과해 유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SK텔레콤에서는 2차 피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KT의 보상안과 SK텔레콤의 가장 큰 차이는 요금할인 여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잔류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달 통신료를 50% 할인했다. 그 시점 기준 SK텔레콤 고객 2240만여명이 일괄적으로 혜택을 받았다. 반면 KT는 요금할인이 없다.
지난해 12월30일 보상안을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권희근 KT 마케팅혁신본부장은 요금할인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일회성 혜택이 아닌 장기 혜택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대상자 2만2000명에 대해서는 이미 위약금 면제, 데이터 제공, 요금 할인 등 혜택이 제공됐으니 전체 고객에 대한 요금 할인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KT 입장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