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5일 "학생인권 폐지는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권 후퇴"라며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재의결한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정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지난해 12월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 입장을 밝히고 관련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정 교육감은 "이번 폐지 의결은 학생과 교육공동체의 인권을 지우고, 교육공동체를 편 가르는 나쁜 결정"이라며 "학생의 기본권 보호 체계를 전면 해체하는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이며 공교육의 책임과 공익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출신, 언어, 장애,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학교가 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과 학습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례의 차별 받지 않을 권리와 사생활의 자유 권리 조항이 교육 현장에서 악용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86명 중 찬성 65명, 반대 21명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 의결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반헌법적 조치…조직편성권·행정기구 설치권 침해"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며 "폐지조례안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자 공익 침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과 상위법을 위반한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반헌법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지조례안은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을 모두 폐지한다"며 "이는 지방의회의 조례 권한 범위를 넘어 교육감의 조직편성권과 행정기구 설치권을 침해하는 상위법 위반이다. 대법원은 이미 지방의회가 조례로 행정기구를 임의 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판시했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폭력이자 행정력 낭비…퇴행 시도에 단호히 대응할 것"
정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공익 훼손에 해당하고, 폐지조례안의 요구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학생인권 침해 구제·증진 기능을 없애는 것은 명백한 공익 침해"라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나 학력 저하, 특정 이념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2023년 학생인권조례의 발전적 보완을 위한 개정안을 제안했던 바 있으나 시의회는 개정안에 대한 아무런 심사조차 없었다"며 "편향된 주장을 근거로 인권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교육에 맞지 않는 정치적 폭력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반복적인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행정력 낭비이며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2024년 4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그다음 달 교육청은 재의결을 요구했고, 같은 해 6월 시의회는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 및 의결해 조례 폐지를 확정했다. 이에 교육청은 2024년 7월 대법원에 조례 폐지안의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과 조례안의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청구했고, 대법원은 이를 인용한 바 있다.
정 교육감은 "동일 조례 폐지를 두고 대법원 본안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며 효력 정지 결정도 내려져 있다"며 "그럼에도 시의회는 주민 청구를 명분으로 같은 조례를 다시 폐지했다"고 했다.
그는 "실익 없는 법적 분쟁을 반복하며 끊임없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복적 폐지 시도가 학교 현장에 지속적 혼란과 상처를 초래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 교육감은 국회, 교육부, 대법원에 의견서와 서한을 전달하는 등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교육공동체 간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미 대법원에 시의회 의결의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께도 학생인권 보장과 교육 공동체 보호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우리 교육청은 인권 보장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인권의 역사와 서울교육을 퇴행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 우리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나선 교사와 학생들…"바로세우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이날 현장에 참석한 교사와 학생들도 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의결을 강하게 비판하며 폐지 대신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석 자양중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완전무결하다고는 할 수 없다. 조례 내용이 권리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책임과 공동체적 의무에 대한 서술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타당하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제도의 미비점은 교육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쳐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학생인권조례는 오랫동안 보호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돼 온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라며 "교사로서 그리고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 최소한의 약속 만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인 장효주양은 "중학교 1학년일 때부터 '학생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고 발언해 왔다. 그때도 학생인권조례가 흔들리고 있었다"며 "학생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에 바뀐 것은 제 학년뿐"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장양은 "머리 길이와 양말 색으로 학생이 평가 받고 벌점이 매겨지던 학생인권조례가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는 요구에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 하지 말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부성군은 "학생의 인권을 무너뜨림으로써 교권을 다시 세운다면 학교는 단순히 교육 현장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의 현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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