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더불어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사안을 “개별 인사의 일탈”로 규정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의혹의 범위가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까지 번지면서 방어선은 급속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공천헌금 의혹의 초점도 단순한 금품 수수의 진위 여부를 넘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은폐했는지 여부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논란의 종착지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민주당 출신 이수진 전 의원의 폭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병기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담긴 탄원서를 당시 당대표실에 전달했으며, 그 과정에서 김현지 실장과의 통화 녹취가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의혹을 당시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이던 김현지 실장에게 전달했으나 의혹은 무마됐고, 비위를 고발했던 이들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은 이 전 의원의 주장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일 이수진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선거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며 “어느 정당이든 선거 시기가 되면 공천과 관련한 투서가 난무하다. 이러한 투서들은 당이 정한 선거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다뤄진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김현지 부속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몰염치한 정치공세일 뿐”이라며 “저질 정치공세로 일관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을 훼손하려는 특정 야당과 이에 편승하는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강선우·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서는 개인 일탈 문제로 선을 긋고 전수조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면적인 시스템상 문제점이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이라며 “개별적인 인사의 일탈, 그로 인한 문제라고 봐서 그 전반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의원은 배우자의 지난 2020년 총선 전 공천 뒷돈 수수 의혹 등으로 윤리심판원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이 담긴 전직 동작구 의원 2명의 2023년 12월 11일자 탄원서까지 회자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20대 지방선거 당시 1억원 상당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제명조치 의결됐다.
이러한 민주당의 반발에도 야권은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공천 뇌물 카르텔’이라고 규정하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공천헌금 관련 녹취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 의원에게는 믿을만한 뒷배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분명 김 의원보다 힘이 센 윗선의 누군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지난 총선 때는 김 의원의 비리를 고발한 탄원서가 당시 이재명 대표 보좌관이었던 김현지에게 전달됐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김 의원 본인에게 탄원서가 넘어갔다”며 “경찰에 모든 증거와 증언을 전달했지만 경찰은 수사를 뭉갰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뿌리 깊은 공천 뇌물 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며 “통일교 게이트 특검과 함께 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도 반드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송 원내대표 역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공천 비리 사태와 관련해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밝혔다”며 “위기 모면용 허언이 아니라면 특검법 제정에 대한 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의 공세도 거세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개별 일탈’이라는 진단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과거 공천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와 제도 개혁을 촉구했다.
조국 대표는 이를 “잘못된 진단”이라고 지적하며 “돈 공천, 공천 장사”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철저한 근원 조사 및 진상 규명과 3~5인 다인선거구 확대 등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돈 공천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해당 정당이 공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 인정사정 보지 말고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 추진과 ‘내란 단죄’ 프레임을 강조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천헌금 의혹이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안을 개인 비리로만 한정하기엔 여론의 시선이 녹록지 않다. 또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의 무게가 당 차원을 넘어 정부 운영 전반의 신뢰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의 균열을 기회로 삼으려는 범여권과 야권의 공세가 맞물리면서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 경쟁력 약화와 표 이탈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권 초기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로서도 개혁과 통합 담론의 동력이 동시에 잠식될 수 있음에도 강력한 수습책 대신 갈팡질팡 정국을 노정하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향후 선거 지형과 정권 안정성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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