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에 찔리고 풀독이 올라 가려워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걷어낸 자리에서 죽어가던 토종식물이 살아나고 새들이 다시 찾아오는 걸 보면 그게 진짜 보람이죠.”
안양천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일요일마다 가시덤불 속으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안양시의 ‘우리 마을 탄소중립 실험실 리빙랩’ 사업의 주역으로 활동 중인 한국자유총연맹 안양시지회 여성회(회장 김현숙)가 그 주인공이다.
리빙랩 활동은 생태계 교란식물 확장으로 인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봉사활동이다. 안양천 중 학의천을 활동구역으로 정해 생태계 교란식물을 제거하고 환경개선 활동을 통해 토종식물이 더욱 다양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있는 지속 사업이다.
활동을 위해 현재 5개조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환경 정화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는 ‘안양천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성회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생태계 교란식물 제거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은 환삼덩굴,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등이다. 특히 환삼덩굴은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작업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으면 심한 알레르기와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회원들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혹서기 8월 제외)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30분이면 어김없이 안양천에 모여 약 500m 구간을 샅샅이 훑으며 유해 식물을 걷어내는 활동을 펼쳤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예전엔 덩굴이 너무 우거져 새들도 못 들어갔는데 이제는 새들이 날아들고 흙속에는 지렁이가 살 만큼 환경이 깨끗해졌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회의 활동은 비단 하천 정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 안에서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방과 후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와 교통 지도를 담당하는 ‘포순이 봉사단’ 활동은 물론이고 매달 홀몸노인 80가구를 위해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 명절이나 김장철이면 수십 박스의 김치를 담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회비를 모아 기부하는 등 전천후 봉사단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국가적 위기나 지역의 재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코로나19 당시 모두가 대면 접촉을 꺼릴 때 가장 먼저 예방접종 현장으로 달려가 공무원들을 도왔고 2023년 안양지역에 심각한 수해가 발생했을 때는 침수된 가옥에 들어가 흙탕물 범벅이 된 기계와 가구를 일일이 닦아내며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이들의 시선은 이제 2026년 새해를 향한다. 안양시 자원봉사센터는 시청 녹지과와 협의해 리빙랩 활동 구역을 대폭 확대하고 단순 정화를 넘어 생태 모니터링까지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리빙랩에 참여한 봉사자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앞으로도 묵묵히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며 “안양시민들이 사랑하는 안양천이 더 맑고 깨끗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외롭지 않도록 언제 어디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