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물(ZEB)의 재생에너지 활용 범위가 건물 대지를 넘어 외부로 확장될 가능성이 열렸다. 도심 고층 건물과 대형 시설이 안고 있던 에너지자립률 한계를 제도적으로 풀기 위한 첫 실험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대지 외 재생에너지 활용 시범사업'을 공고하고 참여 건축물을 모집한다고 5일 밝혔다. 대지 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건축물을 대상으로, 원격 발전설비나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에너지자립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 수용성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동안 ZEB 인증은 건물 대지 안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중심으로 평가돼 왔다. 이로 인해 도심 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복합시설, 데이터센터 등은 기술적·공간적 한계로 높은 자립률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시범사업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을 현실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제도 실험 성격이 강하다.
시범사업 대상은 대지 내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 한계가 있는 대형·고층 건축물이다. 연면적 3만㎡ 이상이면서 10층 이상인 복합용도 건축물, 데이터센터, 공장, 산업단지, 300세대 이상 또는 25층 이상 공동주택 등이 포함된다. 사업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다.
선정된 건축물은 대지 외 재생에너지를 △원격 발전설비 설치 △전력구매계약(PPA) △녹색프리미엄 구매 등의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다. 다만 공단은 대지 내 재생에너지 설비를 최대한 설치한 이후 부족분에 한해 대지 외 수단을 활용하도록 원칙을 명확히 했다. 무분별한 외부 의존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사업 참여 여부는 기술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재생에너지 조달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달성 난이도, 제도 확산 효과 등을 종합 평가해 이행수단별 고득점 순으로 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대지 내 설치 노력과 대지 외 조달 방식의 적용 가능성,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사업지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필요할 경우 '조달계수'를 적용해 조건부 선정도 가능하다.
시범사업으로 인정된 대지 외 재생에너지 조달 실적은 ZEB 인증 평가에 반영되며, 인증서 발급도 가능해진다. 공단은 이번 사업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제도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신청 마감은 2026년 1월 15일 오후 6시까지다. 참여를 희망하는 건축물은 신청서를 갖춰 공단 녹색건축센터 대표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세부 사항은 공단 홈페이지와 녹색건축센터 운영사무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ZEB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한계를 점검하는 단계"라며 "재생에너지 활용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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