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풍이 몰고 온 하룻밤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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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태풍이 몰고 온 하룻밤의 기적

메디먼트뉴스 2026-01-05 12:12:09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After the Storm, 2016)' 포스터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After the Storm, 2016)'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우리 주변의 가장 평범한 풍경 속에서 가장 특별한 감정들을 길어 올린다. 2016년 개봉한 작품 <태풍이 지나가고> (After the Storm)는 한때는 작가를 꿈꿨지만 현실은 탐정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 가족 관계의 복잡함, 그리고 상실감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주인공 료타는 한때 신인상을 수상했던 전직 작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재능을 글쓰기가 아닌 흥신소에서 사람의 뒤를 쫓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 아들을 만날 양육비를 벌어야 한다는 핑계로 불확실한 도박에 손을 대고, 전 부인 쿄코와 아들 싱고에게는 겉도는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은 우리의 주위에 흔히 있을 법한 무능력하고 찌질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이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며 현재를 회피하고 있지만,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만은 숨길 수 없는 결코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혼 후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쿄코와, 그런 부모님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아들 싱고의 시선으로 료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는 아들의 답답한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날카롭지만 현실적인 통찰을 던지는 존재다. "행복은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거란다"는 그녀의 대사는 료타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에게 삶의 진실을 일깨워준다.

영화의 제목처럼, 태풍은 이 흩어져 있던 가족이 우연히 한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폭우 속에서 펼쳐지는 하룻밤 동안 료타는 전 부인과 아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본다. 겉으로는 티격태격하고 서로에게 실망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결국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짧은 하룻밤의 여정은 료타에게 자신이 놓아버린 꿈과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선사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들에게 드라마틱한 재결합이라는 판타지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고, 각자의 삶은 다시 평범하게 이어질 것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태풍이 지나간 후, 각자가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의지를 얻었다는 점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는 실패한 어른의 모습, 관계의 상실감, 그리고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 등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지만,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태풍이 지나간 후 맑게 갠 하늘처럼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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