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탄원서 '불입건'에 경찰 "기본 사건에 집중했다"
'수사 무마 청탁' 의혹도 해명…오후 강선우 고발인 소환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박수현 최윤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탄원서가 당시 이재명 당대표실에 전달된 정황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있다고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수진 전 의원이 5일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동작구의원들의 탄원서를 받은 자신의 보좌관이 당대표실 보좌관이던 청와대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통화한 녹취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녹취 파일에는 김 실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됐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좌관이) 그 내용을 그대로 보고해 알고 있다"라며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상 녹취를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병기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1천만∼2천만원을 건네받고 이후 돌려준 의혹을 받는다. 전 동작구의원들은 총선을 앞둔 2023년 12월 탄원서를 전달했으나 조치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보좌관에게 탄원서를 당 대표실에 전달하라 하니 김현지 보좌관에게 보내겠다고 했다"라며 "확인해봤더니 당 윤리감찰단은 탄원서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렇게 감찰이 무마되고 당사자들은 컷오프(공천배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의 전 보좌진은 동작경찰서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 의원이 탄원서를 가로채 보좌진에게 보관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좌진들은 김 의원이 지난 정부 시절 '친윤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경찰 고위간부 출신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아내에 대한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 무마를 청탁하고, 보좌진을 동원해 동작경찰서의 수사 자료를 건네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의 전 보좌진은 지난해 11월 9일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진술했으나 수사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서에는 김병기 의원의 아내가 전 동작구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동작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이 있으나, 정치자금은 내사도 시작되지 않았고 법인카드 사건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내사 종결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과 만남을 가진 국민의힘 A 의원이 그 자리에서 당시 동작경찰서장 B 총경에게 전화를 걸어 "무리하게 수사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A 의원과 B 총경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할만한 사이가 아니며 실제로 소통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진술서에는 김 의원의 전 보좌관이 동작경찰서에 '라인이 있다'며 사건 해결을 도왔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김 의원 배우자에 대한 내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5월 20일 김 의원이 방배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경찰 수사 자료를 전달받았다는 진술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경찰은 김 의원 아내 이씨가 2022년 7∼9월 한 동작구의원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내사 중이었다. 경찰은 작년 4∼8월 내사를 벌인 결과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내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정례 간담회에서 "사건 당시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수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을 불입건하는 등 '뭉갰다'는 지적에 대해선 "탄원서 내용 대부분이 김 의원 차남과 관련된 것이라 (차남 숭실대 편입·빗썸 채용 개입 의혹 등) 기본 사건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 13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 중이다. 당초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영등포경찰서, 동작경찰서, 서초경찰서로 나뉘어 있던 사건을 공공범죄수사대로 모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공천헌금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을 제외하고도 ▲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의전 요구 ▲ 국정감사 앞 쿠팡 대표 오찬 ▲ 병원 진료 특혜 요구 ▲ 장남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 ▲ 차남 숭실대 편입·빗썸 채용 개입 ▲ 보좌진 텔레그램 대화 불법 입수 ▲ 강선우 의원 금품수수 묵인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 가족도 고발됐다. 김 의원 아내 이모씨는 동작구의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보좌진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을, 장남은 국정원 업무에 김 의원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강선우 전 의원의 1억원 수수 의혹을 고발한 정의당 이상욱 강서구위원장을 소환 조사한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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