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로 정당성 결여…제재 탓 변호인 선임도 어려워
국가원수 면책론에도 40년형 받은 파나마 노리에가 선례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 법원에서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법적으로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마약 테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의 향후 재판 전망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혐의 사실에 대한 방어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마두로 대통령은 체포 과정의 불법성과 함께 주권 국가 원수는 형사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국가 원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는 행정부의 판단을 폭넓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 지도자의 지위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도 국무부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의 경우에도 미국 정부가 그를 공개적으로 지명수배하고, 현상금까지 걸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면책특권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0년 미국으로 압송돼 재판을 받았던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도 면책특권을 주장했지만, 결국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노리에가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연방 검사 딕 그레고리는 "미국 정부가 국가 원수로 인정하지 않는 인물에게는 면책 특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과거 판례를 통해 정리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불법 체포 문제도 노리에가 사건 당시 유죄 결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당시 미국 정부는 '유엔이 국제 관계에서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에 체류 중인 피의자를 강제로 데려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법원에서 관철시켰다.
마두로 대통령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변호인 선임이다.
변호사 입장에선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마두로 대통령으로부터 수임료를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변호 비용을 대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역시 미국의 금융 제재 탓에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법적 대응의 첫 단추인 변호인 구성부터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마두로 대통령과 노리에가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노리에가는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직에 오르지 않고 허수아비를 내세워 파나마를 통치한 반면, 마두로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직함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 데이비드 오스카 마커스는 "마두로는 파나마의 현직 대통령이 아니었던 노리에가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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