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KPC)는 전통적으로 산업 현장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 온 대표적 생산성 전문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KPC의 행보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지원 기관'의 역할을 넘어, 디지털·AI 전환 시대에 걸맞은 정책·산업 혁신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2025년을 기점으로 KPC는 생산성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이를 측정·확산·현장 적용까지 연결하는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상징적 사례가 바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생산성 선행심리지수(PNSI)다. 기존 생산성 통계가 고용, 노동시간, 산출 등 사후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후행 지표에 머물렀다면, PNSI는 AI·빅데이터 기반 자연어처리(NLP) 기법을 활용해 뉴스와 정책 담론, 산업 현장의 흐름을 종합 분석함으로써 생산성 변화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생산성을 '결과'가 아닌 '신호(signal)'로 인식하게 만드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과 정책당국이 경기 전환 국면이나 산업 구조 변화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산성 지표의 활용 범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PNSI의 도입은 단순한 지표 하나의 추가를 넘어, KPC가 생산성 연구의 방향성을 미래지향적으로 재설정했음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경제 환경에서 정책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선행심리지수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도구로, 거시 정책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고용 전략 수립에도 실질적 참고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 연구를 현실 경제의 의사결정과 직접 연결했다는 점에서, KPC의 연구 기능이 한층 입체화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교육과 인재 양성 분야에서도 KPC의 변화는 뚜렷하다. KPC는 'AI융합 최고경영자 과정'을 출범시키고,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AI 확산 토론회와 수출·제조기업 맞춤형 AI 도입 세미나를 잇따라 개최하며 현장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는 AI를 특정 대기업이나 기술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생산성 도구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반영한다. 특히 경영진과 실무자를 동시에 겨냥한 교육 구조는 기술 이해와 의사결정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지표 운영 역시 KPC의 장기적 경쟁력 강화 전략의 한 축이다. NCSI는 단기 실적이나 가격 경쟁을 넘어, 고객 경험과 서비스 품질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KPC는 이 지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고객 중심 경영을 체계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브랜드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력과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KPC의 역할은 확장되고 있다. 국가공인 자격과 직무능력은행 연계를 확대하고, ESG·탄소중립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등 현장 수요에 기반한 인력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단순히 설비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적 자본의 질적 향상이라는 구조적 과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산업 전환기마다 반복돼 온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협력에서도 KPC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시아생산성기구(APO)와 공동으로 연구·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생산성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멀티컨트리 생산성 혁신 스터디 미션을 국내에 유치해 국제적 시각에서 생산성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성 논의를 글로벌 기준과 연결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정책·산업 경험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는 창구로서의 기능도 강화하는 행보다.
이처럼 KPC의 최근 행보는 생산성 연구와 통계 개발, 교육·세미나, 산업 지표 운영, 인력 양성, 국제 협력까지 생산성 제고의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전략적 확장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KPC는 더 이상 단순한 지원 기관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 혁신을 촉진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점차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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