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복도 코너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파의 크기는 얼마인가?"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얼핏 보면 단순한 이삿짐 센터의 고민처럼 보이는 이 질문은 지난 60여년 동안 전 세계 수학자들을 괴롭혀온 악명 높은 기하학 난제였다. 이른바 '소파 움직이기 문제(Moving Sofa Problem)'로 불리는 이 난제를 한국의 젊은 수학자가 마침내 해결하며 세계 수학계의 정점에 섰다.
5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2025년 수학 혁신 중 하나로 소파 움직이기 문제를 풀어낸 한국의 청년 수학자 백진언(31)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허준이펠로우)의 연구를 선정했다.
백 박사의 소파 움직이기 문제 해결은 1966년 캐나다 수학자 레오 모저가 문제를 공식 제기한 이후 약 58년 만의 쾌거다. 백 박사의 증명이 현대 수학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혔음을 공인한 셈이다.
소파 움직이기 문제는 폭이 1인 복도의 직각 코너를 걸리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2차원 도형의 최대 넓이를 찾는 문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난해한 기하학적 풀이가 필요하나, 문제 자체는 '직각 복도를 회전·이동해 통과할 수 있는 가장 넓은(면적이 큰) 2차원 도형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비교적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만큼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수학 난제 중 하나다.
소파 움직이기 문제의 핵심은 소파의 모양과 이동 경로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데 있다. 초기 수학자들은 단순히 정사각형(넓이 1)이나 반원(넓이 약 1.57) 등을 제시했으나, 곧이어 더 복잡한 형태가 가능함을 발견했다. 1968년 존 해머슬리는 전화기 수화기 모양의 소파(넓이 약 2.2074)를 고안했고, 1992년 조셉 거버는 18개의 서로 다른 곡선을 정교하게 이어 붙여 넓이 2.2195의 '거버의 소파'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거버의 소파가 등장한 이후 30년 넘게 '이보다 더 큰 소파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거버 본인조차 자신의 답이 최댓값일 것이라 추측만 했을 뿐 논리적인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이 지점에서 백 박사의 천재성이 빛을 발했다. 백 박사는 7년에 거친 연구 끝에 지난 2024년 말 119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논문을 통해 거버의 소파가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임을 증명했다. 백 박사는 문제의 해결 방식에 대한 직관을 시작한 지 3년쯤 되었을 때 떠올렸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논문으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박사는 그간 학계가 의존해온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이 아니라 순수 수학적 논리와 기하학적 통찰만으로 정답을 이끌어냈다. 백 박사는 이미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점진적인 통찰을 보여준 바 있으며, 이번 논문에서 그 모든 아이디어를 하나로 엮어 난제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학계에서는 백 박사의 이번 성과가 단순히 소파 크기를 알아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증명 과정에서 사용된 새로운 기하학적 기법들이 로봇의 자율 주행 경로 탐색, 좁은 공간에서의 정밀 공학 설계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 응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 박사는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던 중 소파 움직이기 문제 해결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재직하며 소파 움직이기 문제와 같은 또다른 기하 최적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백 박사의 논문은 수학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수학 연보(애널스 오브 매스매틱스)에 투고돼 검증을 대기 중이다. 아직 논문 리뷰가 완전히 이뤄지진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백 박사의 풀이가 옳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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