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국민배우'로 불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별세했습니다. 향년 74세.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려 쓰러진 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는 5일 공식 입장을 통해 "안성기 배우께서 2026년 1월 5일 오전 9시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소속사 측은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 걸어온 분"이라며 "그의 연기는 항상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고, 무수한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울림과 위로를 전해주셨습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고인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가 주관하는 영화인장으로 엄수됩니다. 명예장례위원장으로는 신영균 배우가 맡았으며, 배창호 감독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 장례를 이끌게 됩니다.
특히 이번 장례에서는 같은 소속사 후배 배우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직접 운구를 담당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예정입니다. 두 배우는 안성기와 오랜 시간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며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계 관계자들과 팬들은 이정재, 정우성 등 후배 영화인들이 직접 운구에 나서는 모습에서 한국 영화계가 잃은 거장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9일 금요일 오전 6시에 진행됩니다. 장지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별그리다'로 정해졌습니다.
안성기는 1951년생으로, 불과 6세였던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무려 69년간 한국 영화계에 몸담으며 18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충무로의 별'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8세 때는 '10대의 반항'에서 소매치기 역을 맡아 문교부 우수국산영화상 소년연기상과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받았는데, 이는 한국 배우 최초의 해외 영화제 연기상 수상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고래사냥', '투캅스' 시리즈, '태백산맥', '취화선', '실미도',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아들의 이름으로' 등이 있으며, 1980년 '바람불어 좋은날'로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국내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연기상을 40여 차례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았습니다.
영화 출연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참여했고,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계의 기틀을 다지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30년 넘게 봉사한 공로로 2023년 4·19 민주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아 희망을 품었으나, 정기 검진 중 6개월 만에 재발 사실을 확인하며 다시 치료에 전념해야 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2023년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과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 등에 참석해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줬지만, 연기자로 완전히 복귀하겠다는 약속은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됐습니다.
고인이 남긴 마지막 작품은 영화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 등입니다. 이 4편 모두 암 투병 중에 촬영한 것으로,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개봉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습니다. 유족으로는 조각가인 아내 오소영 씨와 설치미술가인 장남 다빈 씨, 미술가 겸 배우인 차남 필립 씨가 있습니다.
한국 영화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국민배우'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영화계에 대한 헌신은 후대에도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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