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불가능을 지운 도전, 그 위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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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_ Cover Story] 불가능을 지운 도전, 그 위대한 기록

이슈메이커 2026-01-05 10:04: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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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불가능을 지운 도전, 그 위대한 기록

“제발 우리 엄마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게 해주세요.” 최근 전 세계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밈(Meme)’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모든 아시아계 자녀들의 악몽”이라며 집중 조명한 이 남자.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s) 요원으로 100회 이상의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무공훈장을 받았고, 하버드 의대를 졸업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었으며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가 된 한국계 미국인 조니 킴이다.

 

ⓒNASA
ⓒNASA

 

폭력의 그늘, 소년의 영혼을 잠식하다
만화 설정으로 넣어도 ‘개연성이 없다’며 욕을 먹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스펙의 소유자. 세상은 그를 ‘엄친아 종결자’, ‘과잉 성취자(Overachiever)’라 부르며 경외심을 보낸다. 하지만 화려하게 빛나는 훈장과 이력서 뒷면에는 누구보다 어둡고 처절했던 한 소년의 눈물이 배어 있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건너온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조니 킴의 유년 시절은 악몽 그 자체였다.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밖에서는 성실한 가장이었지만, 집에서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이자 폭군이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가구를 부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소리가 밤마다 울려 퍼졌다. 어린 조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제발 아버지가 빨리 잠들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가정에서의 공포는 사회에서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왜소한 체격의 동양인 소년은 학교에서도 인종 차별과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이 던지는 조롱 섞인 말들에 대꾸 한 번 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내성적이고 자존감이 바닥난 아이였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소년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2002년 그가 고등학생이던 해에 비극은 정점에 달했다. 만취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총을 겨누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조니는 숨죽여 우는 대신 덤벨을 들고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어머니를 보호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던 아버지는 결국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건 열여덟 살 소년에겐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였지만 역설적으로 그날의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변곡점이 되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다시는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지 않겠다.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그가 선택한 길은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이었다.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다양한 보직을 수행했던 조니 킴은 각종 훈장을 수훈하는 등 전설적인 군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조니 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다양한 보직을 수행했던 조니 킴은 각종 훈장을 수훈하는 등 전설적인 군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조니 킴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지옥에서 살아남아 ‘생명’을 구하는 길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해 마주한 네이비실의 훈련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옥이었다. 지원자의 80% 이상이 탈락한다는 62주간의 훈련. 진흙탕에서 뒹굴고, 320km를 달리고, 저체온증이 올 때까지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야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는 “과거의 나약한 나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마침내 최정예 요원이 된 조니는 이라크 파병을 포함해 100여 차례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 저격수, 항해사, 돌격병 등 다양한 보직을 완벽히 소화하며 은성무공훈장과 동성무공훈장을 수훈하는 등 전설적인 군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 항로는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2006년 라마디 전투, 치열한 교전 중 친한 동료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전투 의무병 자격이 있던 조니는 필사적으로 지혈하고 응급처치를 했지만, 전문적인 의학 지식의 부재 앞에서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피 묻은 손을 바라보며 그는 뼈저린 무력감을 느꼈다. “사람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라, 살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것이 그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 이유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조니는 샌디에이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전쟁 기계’로 살았던 그가 미적분과 화학을 다시 공부하는 것은 또 다른 전쟁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다져진 불굴의 정신력은 학업에서도 빛을 발해 3년 만에 최우등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당시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자 고액의 학비를 감당해야 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주차 단속 요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 새벽 3시 30분이면 일어나 운동과 공부를 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조니는 2016년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었다. 네이비실 군의관으로 복귀한 그는 다시 전장과 병원에서 생명을 구하는 일에 매진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NASA 우주비행사가 된 조니 킴은 8개월 간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NASA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NASA 우주비행사가 된 조니 킴은 8개월 간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NASA

 

지구를 넘어 우주로, 인류의 미래를 탐구하다
조니 킴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하버드 재학 시절, 의사이자 우주비행사였던 스콧 패러진스키를 만나며 “인류를 위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2017년 NASA 우주비행사 후보생 선발에 지원한 그는 18,300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12명에 포함되었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NASA 우주비행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난 2025년 4월, 조니 킴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소유스 MS-27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그는 ‘익스페디션 73’ 임무를 통해 8개월간 지구 상공 400km 궤도에 머물렀다. 그는 미세중력이 인체의 근육과 뼈에 미치는 영향과 우주 방사선 분석, DNA 데이터 저장 기술 검증, 원격 로봇 조작 등 인류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우주에서 그의 한국인 정체성이 빛난 순간이 있었다. 한국 우주항공청(KASA)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ISS에서 가장 그리운 음식은 고추장”이라며 “가져온 고추장을 다 먹어 다음 보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두고 있던 한국을 향해 “담대하게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큰 영감을 받는다”며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조니 킴의 삶은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을 넘어설 때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완성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NASA
조니 킴의 삶은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을 넘어설 때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완성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NASA


  8개월이 지나 모든 임무를 완수한 그는 카자흐스탄 제즈카즈간 인근 초원에 무사히 착륙하며 지구로 돌아왔다. NASA는 그가 이번 임무를 통해 지구를 약 3,920회 공전하고 1억 400만 마일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조니 킴의 이야기가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그가 이룬 성취의 높이 때문이 아니라, 그가 뚫고 올라온 바닥의 깊이 때문이다. 조니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팟캐스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쁜 카드들을 갖고 태어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계속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당신은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폭력에 떨던 소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었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의사가 되었으며, 이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주를 비행한다. 그의 삶은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경을 넘어설 때 비로소 자신의 운명이 완성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독한 불행의 연쇄를 끊어내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다시 쓴 조니 킴의 다음 비행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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