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분석은 조직을 잘게 부수어 평균값을 본다. 그 과정에서 위치 정보는 사라진다. 공간오믹스는 이 손실을 회피한다. 기존 분석에서는 암세포 옆의 면역세포와 멀리 떨어진 면역세포가 같은 데이터로 섞인다. 그 결과, 실제 치료 반응과 연결하기 어렵다.
반면 공간오믹스는 조직 슬라이드 상태 그대로 분석한다. 암세포 주변, 혈관 근처, 면역세포가 몰린 영역, 거의 반응이 없는 영역 등 위치별 차이를 유지한 채 리보핵산(RNA)과 단백질 발현을 살핀다. 즉 '이 유전자가 많다'가 아니라 '이 유전자가 암세포 바로 옆에서 많다'까지 확인한다.
공간오믹스가 암 치료제 개발에서 중요한 이유는 암은 균일한 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은 면역세포가 몰려 있고 어떤 영역은 면역세포가 접근하지 못하며 같은 면역세포라도 상태가 다르다.
공간오믹스는 '면역세포가 암세포 가까이 있는가', '가까이 있지만 탈진 상태인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는가', '치료 후 어떤 세포가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이는 단순한 발현량 분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데일리는 지난 23일 박웅양 지니너스(389030) 대표 단독 인터뷰를 통해 공간오믹스에 대해 심층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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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 '양'이 아니라 '상태'를 본다
암 면역치료에서 T세포는 핵심 요소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종양 조직에 T세포가 많이 존재해도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니너스는 T세포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보던 기존 분석에서 벗어나 어떤 상태의 면역세포가 실제 치료 반응과 연결되는지를 구분했다.
박 대표는 "T세포는 크게 미경험(naive) T세포, 활성화(activated) T세포, 탈진(exhausted) T세포, 증식 중(proliferating) T세포 등 4개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런 구분 자체는 면역학적으로 이미 알려진 개념"이라곳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환자의 암조직에서 이들 T세포를 동시에 위치 정보와 함께 관찰하고 치료 반응과 연결해 해석한 것은 지니너스가 최초"라고 덧붙였다.
특정 환자의 암조직에서 탈진 T세포가 많이 확인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치료 실패로 해석할 수는 없다. 현재 사용 중인 면역관문억제제는 기본적으로 탈진 T세포의 기능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탈진 T세포의 존재는 해당 기전이 작용할 대상이 남아 있음을 뜻할 수 있다.
네 가지 T세포 상태 가운데 미경험 T세포는 치료 반응과의 연관성이 낮다.
그는 "미경험 T세포는 아직 특정 항원을 인식한 적이 없는 상태로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따라서 종양 조직에 존재하더라도 실제 암 면역반응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미경험 T세포의 수가 아니라 이미 암 항원을 경험한 세포독성 T세포를 얼마나 활성화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이는 백신에서 한 번 항원을 경험한 면역세포가 이후 다시 반응하는 원리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T세포는 겉모양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차이는 주로 어디에 모여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유전자·단백질 신호를 갖고 있는지에서 따라 갈린다. 활성화 T세포와 탈진 T세포, 증식 중 T세포는 대체로 암세포 주변처럼 면역반응이 집중된 공간에 모이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미경험 T세포는 조직 전반에 흩어져 존재할 수 있다.
박 대표는 "T세포 구분은 멀티공간오믹스 기술을 통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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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오믹스, 新면역항암제 설계법 제시
공간오믹스를 치료제 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박 대표는 "지금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탈진한 T세포를 타깃한다"며 "이미 지쳐서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는 T세포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지니너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탈진 T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대신 탈진 경로를 데이터로 규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공간오믹스에서는 탈진한 T세포가 왜, 어떤 경로를 거쳐 그렇게 됐는지를 보여준다"며 "탈진한 T세포를 만들고 유지하는 조절하는 매커니즘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간오믹스는 탈진한 T세포 자체가 아니라 탈진한 T세포를 만들어내는 상위 조절자를 알 수 있단 얘기다.
박 대표는 "공간오믹스를 활용하면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현재 면역항암제는 탈진한 T세포를 직접 타깃하지만 공간오믹스는 탈진한 T세포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서 새로운 타깃의 면역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 공간오믹스를 활용하면 다양한 T세포 가운데 어떤 세포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상태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암 면역 반응을 좌우하는 것은 특정 면역세포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상태"라며 "이 상태를 조절하는 것이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할 수 있단 있단 의미"라고 정리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지친 병사를 일으켜 세우는 약을 만들었다면 공간오믹스는 병사를 지치게 만든 지휘 체계·환경·신호를 끊는 약을 만들 수 있다. 공간오믹스는 진단, 치료 효과 예측 등에서도 기술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박 대표는 "공간오믹스 데이터로 암세포와 암면역세포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치료 반응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반응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동반진단 기술과 조직 슬라이드 상에서 세포 상태를 구분해 치료 효과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지니너스의 공간오믹스 소프트웨어(스페이스 인사이트, 인테릴리메드)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학계부터 산업계까지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지니너스는 현재 △국내 대형 A사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태국 시리라즈병원 △일본 명문대 △게이오대 △숙명여대 등과 스페이스 인사이트, 인텔리메드 등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일본 국립암센터 주관 몬스터-3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니너스 관계자는 "현재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여러 제약사와 계약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추가 계약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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