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조수빈 기자] 임종룡 회장의 연임 확정으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단순히 임 회장의 신임을 넘어, 취임 후 보여준 뚜렷한 성과와 경영 연속성 기조가 더해져, 비은행 부문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는 평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달 중순 안에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2025년 연말을 기점으로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CEO 10명 가운데 금융권의 시선이 가장 쏠리는 인물은 단연 남기천 대표다.
남 대표는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딜링룸 부장, 런던현지법인장, 고유자산운용본부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거치며 30여 년간 국내외 자본시장을 두루 경험했다. 2016년부터는 미래에셋운용 자회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맡아 부동산·선박·기업금융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며 정통 ‘증권맨’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러한 배경을 눈여겨본 임 회장은 2023년 3월 취임 직후부터 숙원 과제로 내세운 '증권사 부활'을 실현할 적임자로 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해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전격 발탁했다.
이는 우리금융이 내부 출신 중심의 인사 관행을 깨고 외부 전문가를 중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업계 역시, “증권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경쟁력 있는 외부 전문가가 향후 대형 증권사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남 대표 중용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남 대표의 역량은 증권사 인수전에서 더 구체화됐다. 남 대표는 임 회장의 신뢰와 지원을 발판 삼아 2024년 3월 우리종합금융 대표로 전진 배치돼 증권사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실무에서 지휘했다. 이후 같은 해 6월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했고, 8월 합병을 완료해 우리투자증권을 공식 출범시키며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진출을 현실화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2014년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복귀했다.
그리고, 남 대표가 이끄는 우리투자증권은 첫 번째 온전한 사업 연도인 2025년부터 흑자 궤도에 안착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1.2% 급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130.0% 늘어난 218억원을 시현했다. 즉, 단기간에 IB, 리테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 전 사업부문의 균형 성장을 꾀하며 수익 기반을 빠르게 다진 것이다.
무엇보다,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픈 이후 본격적인 증권 영업이 시작되면서 비이자이익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519억원으로, 특히 수수료이익은 251억원으로 222.1% 증가했다. 또 리테일 부문 강화 차원에서 같은 달 ‘우리WON MTS’를 출시해 6월 그룹 통합 앱인 ‘우리WON뱅킹’과 연동하며 고객 편의성을 높였고, 이러한 서비스 고도화에 힘입어 고객 수는 9월 말 기준 69만6000명까지 확대됐다.
IB 부문 역시, 기존 종합금융업을 통해 구축해 둔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DCM과 인수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 결과 3분기 말 기준 국내채권 대표주관 12위, 여전채 대표주관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단기간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궤도에 올랐으며, 2026년부터는 각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성과가 본격화돼 그룹 자본시장 비즈니스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 대표는 2026년 신년사에서도 “올해를 본격적인 수익 창출과 내실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며, ▲IB·S&T 중심 성장 안착 ▲첨단전략산업 대상 생산적 금융 투자 확대 ▲리테일 경쟁력 제고 ▲AI 기반 경쟁력 강화 ▲신뢰에 기반한 기업문화 정착을 주요 전략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2025년의 실적을 토대로 사업 체질을 고도화하고 성장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년간 증권·보험업 진출로 보완된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시너지 창출 역량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 연임에 성공한 직후 내놓은 임종룡 회장의 일성도 남기천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우리투자증권의 역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이 같은 흐름 속에서는 리더십 변화는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신청이다. 남 대표는 출범 당시 ‘향후 5년 내 종투사, 10년 내 초대형 IB’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우리투자증권 자기자본은 약 1조1911억원으로, 시장에서는 연내 종투사로 지정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문턱인 자기자본 3조원 문턱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에 최소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임종룡 회장 역시 "증자를 검토해 투자를 늘려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생산적 금융'에서 우리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향후 5년간 1조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2026년 한 해에만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에 발맞춰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각각 1조원으로 상향하며 운용 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했고, 그 결과 2025년 4분기 조달 규모는 3분기 99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나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우리투자증권은 "증권업 확장에 따라 조달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한도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남기천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그룹의 숙원 과제를 실행으로 연결하고 실적 가시화까지 이끌며 짧은 시간 안에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며, “특히 임종룡 회장의 비은행 강화·생산적 금융 선도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경영 연속성을 고려한 남 대표의 연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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