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엑시트(탈출)'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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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엑시트(탈출)' 잔혹사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05 07:5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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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를 보면···

출처=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 캡처
출처=롯데손해보험 홈페이지 캡처

지표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규제의 칼날과 사모펀드의 탈출 전략이 충돌하며 한국 보험업계는 전례 없는 법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롯데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의 적기시정조치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제기한 소송은 단순한 행정 분쟁을 넘어, 신지급여력제도(K-ICS) 하에서 감독 당국이 보유한 정성적 평가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중대한 경제적 시험대가 됐다.

 숫자의 성벽과 재량의 칼날: 롯데손보 사태가 던진 한국 금융 규제의 실존적 질문

자본주의 시장에서 숫자는 명확한 약속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될 때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최근 롯데손해보험과 금융당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현대 금융 규제가 가진 가장 예민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 롯데손보는 자신들의 지급여력비율이 규제 기준을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정성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사실상의 구조조정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이 한계에 다다랐으며, 대주주가 책임 있는 자본 확충 대신 매각을 통한 탈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규제 산업인 보험업에서 피규제 기관이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사모펀드라는 대주주의 특수성과 매각이라는 절박한 시점이 맞물려 탄생한 변칙적인 풍경이다.

보이지 않는 기본자본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늪

 금융위원회가 2025년 11월 5일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경영개선권고를 의결했을 때,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의외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롯데손보의 2025년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41.6%로 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분명히 넘어서고 있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기업에 채찍을 휘두른 셈이다.

 하지만 당국이 들여다본 성벽 안쪽의 사정은 달랐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롯데손보의 계량평가도 3등급이고 이 역시 좋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문제 삼은 핵심은 '자본의 질'이었다.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은 2025년 상반기 말 기준 -12.9%까지 추락했다. 이는 손해보험업계 평균인 106.8%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보험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순수한 자본인 기본자본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현재 회사가 유지하는 지급여력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같은 빚 성격의 보완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기름을 부었다. 2021년 6월 말만 해도 0원이었던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액은 최근 160억 원대(약 1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연체율은 16.22%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8월 실시한 검사에서 롯데손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리 체계가 사실상 형식적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사업장별 사업성 평가 결과가 내부 의결 기구인 자산운용위원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고, 최초 투자 이후의 사후 점검도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이를 단순한 지표 하락이 아닌 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규정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이러한 정성적 평가가 재량권의 일탈이자 남용이라고 맞선다. 이은호 롯데손보 대표 등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로 인해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고자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공을 선택했다. 특히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를 비계량 평가의 감점 요인으로 삼은 것에 대해, 이는 상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항이며 다른 보험사들도 유예한 사례가 많다는 논리를 폈다.

 규제 당국이 정한 규칙 안에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주관적인 잣대를 동원해 제재 등급을 4등급(취약)으로 낮춘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사모펀드의 엑시트 잔혹사와 매각 시장의 안개

이 모든 갈등의 저변에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탈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3734억 원에 롯데손보를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매각을 추진해 왔다. 사모펀드의 본질은 투자 회수(Exit)다. 그들에게 보험업의 장기적 건전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적정한 시점에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넘기는 일이다. JKL파트너스는 당초 2조 원(약 15억 달러)에서 3조 원(약 22억 달러) 사이의 몸값을 희망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작년 우리금융지주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한 이후, 현재는 한국금융지주가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려진 적기시정조치는 매각 작업에 치명적인 암초가 됐다.

금융당국이 원하는 것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유상증자다.

 자본 확충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대주주가 직접 자금을 수혈해 회사를 정상화하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매각을 목전에 둔 사모펀드 입장에서 수천억 원의 추가 증자는 투자 수익률을 깎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하는 건 유상증자인데 딜이 진행 중인 이상 추가 자금 투입은 매각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어렵게 찾은 매수자를 놓칠 수도 있으니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JKL파트너스의 자본금 규모가 3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점도 직접 증자를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제약이다.

 결국 롯데손보가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매각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적기시정조치 효력이 유지될 경우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가 이어지고, 이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로 번져 기업 가치를 급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기관출자자(LP)들은 롯데손보 투자금을 전액 상각 처리하며 기대를 접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손보의 유동성 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경영개선권고로 인해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가 제한되거나 이자 지급이 정지될 위기에 처하면서, 롯데손보의 자본 조달 비용은 더욱 치솟게 됐다.

법원은 일단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2025년 12월 31일 롯데손보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적기시정조치로 인한 명성 훼손 등이 행정 처분의 효력을 당장 정지시켜야 할 만큼의 긴급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롯데손보 관계자는 향후 남은 법적 절차에서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지만, 당장 2026년 1월 2일까지 사업비 감축과 부실자산 처분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계량 평가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본안 소송에서 다퉈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미 가처분이 기각된 시점에서 롯데손보가 당국의 관리 체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국 금융 시장에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숫자로 증명된 건전성이라 할지라도, 그 숫자를 떠받치는 내부 통제와 자본의 질이 부실하다면 당국의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 동시에 규제 당국 역시 비계량 평가라는 주관적 칼날을 휘두를 때 그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롯데손보의 경영개선계획이 승인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금융지주와의 매각 협상이 어떤 가격으로 낙착될지는 향후 사모펀드가 소유한 다른 금융기관들의 운명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금융시장은 이제 본안 소송이라는 긴 싸움보다, 당국의 감시 하에 진행될 롯데손보의 강제적인 체질 개선과 그에 따른 매각 시장의 지각 변동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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