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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은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한국 AI 생태계에 대해 “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처리장치(TPU) 등 AI 칩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의존도가 큰 구조라는 점을 들어 “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HBM을 다량으로 확보하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한국이 자동차·반도체 등에서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했던 시기와 비교해도, 지금의 AI 추격전은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현대자동차가 처음 엔진을 만들 때 미쓰비시 엔진을 상당 기간 조립하고 분해한 뒤 우리 부품과 자동차를 만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결국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지금의 AI는 우리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좋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는 HBM 한 종목에서 전 세계 1~2등을 우리가 잡았다”며 “자신감을 갖고 창업이 늘고 기업들이 스케일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승부처는 제조…한국, 해볼 만하다”
조 회장은 한국의 최대 강점으로 제조 데이터를 꼽았다. 제조 AI의 핵심을 현장 데이터, 파운데이션 모델,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설명하며 “자동차·조선·배터리·반도체 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제조 데이터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밖에 없다”며 “미국은 제조 관련 데이터가 부족해 제조 산업의 AI를 만들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데이터를 갖고 있고, 여기에 AI를 결합하면 산업용 AI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 데이터 기반 AI가 결합된 제품 수출’이라는 구상도 내놨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사가 도면, 스펙, 매뉴얼, 고객 피드백 등 전 과정을 AI 플랫폼에 넣어 작업자와 관리자가 활용하게 만들면, 그 프로젝트 자체를 다른 부품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과거엔 부품 하나를 수출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들어간 상품으로 바뀌면서 공급 기업과 함께 수출되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다”고 했다.
딥시크가 보여준 건 ‘작아도 가능하다’는 자신감
정부 출범 이후 약 6개월간 AI 정책 흐름에 대해 조 회장은 “인프라를 까는 데 집중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AI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인프라 산업”이라며 “GPU, HBM, 데이터센터 확보 없이는 어떤 전략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GPU 물량을 확대하고,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의 AI 컴퓨팅센터 구축에 대기업과 민간 참여가 이어지는 점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초 중국 ‘딥시크’ 이슈를 정책 논의의 출발점으로 꼽으며 “적은 자원과 인력으로도 기술력이 있으면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국내 기업들에도 자신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주권의 문제’
정부가 ‘국가대표 AI’를 뽑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대해 조 회장은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다. 그는 “대국민용 파운데이션 모델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성능이 90%든 80%든 상관없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AI가 가치와 인식을 학습하는 만큼, 국민이 사용하는 기본 AI는 “우리 데이터와 기준 위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챗GPT에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냐’고 물으면 분쟁 지역으로 나오는 것처럼, AI는 가치와 인식을 학습한다”며 “국민이 쓰는 기본 AI는 우리 데이터와 기준 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UAE의 팔콘(Falcon)처럼 각 나라가 자국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는 흐름은 이미 보편화됐다”며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컨소시엄 구조가 만드는 낙수효과도 기대했다. 조 회장은 “5개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구성돼 참여 기업은 100개가 넘을 것”이라며 “최종 2개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성과는 산업과 제조 현장 등 여러 곳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 기업 경쟁이 아니라 AI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구조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조 영역에서는 “제조기업의 데이터가 다른 나라 플랫폼에 물리는 순간 50년 노하우가 다 물리는 것”이라며 자국 파운데이션 모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GPU 다음은 데이터 살리는 NPU
조 회장은 국내 기업 현장에서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온프레미스 개발이 보편화된 점을 들어, NPU 시장이 더 열릴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오픈 소스가 많다”며 “HBM, NPU, 데이터라는 재료를 근간으로 비즈니스 핵심 역량을 확대해야 하는데 파운데이션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빔밥은 재료가 좋으면 맛이 있듯이, 데이터라는 재료가 좋으면 경쟁력이 나온다”며 “그릇이 GPU, NPU라면, 좋은 NPU 개발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모두가 쓰는 AI 관건…기술보다 ‘국민 접점’
조 회장은 국가대표 AI 개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를 쓰는 국민에게 국내 LLM을 접하게 할 ‘국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확산 방안으로 바우처 제도 등 정책 실험을 제안하며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따라왔다고 보지만 문제는 국민이 실제로 쓰느냐”라고 말했다. “구글이 강한 이유는 검색창이라는 인터페이스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에 바우처로 제공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대국민 확산은 고민이 많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돈을 잃어가면서까지 무료로 LLM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버겁다. 지원하려면 수조 원 단위 재정이 필요한 문제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끝으로 ‘AI 거품’ 논쟁에 대해 “벤처는 원래 거품 위에서 자란다”며 “기대가 있어야 창업이 늘고, 실패 속에서 진짜 기업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 데이터, 인재, 정부 의지까지 모두 갖춘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며 “지금은 판을 까는 시기다. 1~2년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방향은 맞다. 힘들지만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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