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이 없는 재경부는 ‘경제정책 조정자’ 역할 수행을 위해 존재감을 확립하는 게 급선무다. 기획처는 수장 공백 상태로 어수선한 의사결정 구조의 안정화를 찾는 동시에 예산권을 활용한 권력 집중화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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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경부 첫 시험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재경부는 경제정책의 수립ㆍ조정 업무에 초점을 맞췄다. 부총리가 재경부 장관을 겸하는 주된 이유다. 조직 구성은 2차관·6실장 체제다. 특히 기존 정책조정국의 조직과 기능을 확대한 혁신성장실 신설은 재경부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출범식에서 “여러 부처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자”며 조정 역할을 강조했다.
재경부의 첫 시험 무대는 곧 발표할 ‘2026년 경제성장전략’이다. 통상 기재부가 먼저 수립한 뒤 관계부처와 협의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부처로부터 과제를 취합한 뒤 이를 조정·보완해 내놓을 예정이다. 재경부의 첫 조정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역할 수행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제시될 전망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8%+α’ 성장을 언급해, 경제성장전략에선 2.0%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상반기 중 출범할 국부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안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원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물납주식과 연평균 공기업 배당금 등을 포함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제성장전략 청사진을 보고받고 지시한 ‘개미 투자자’에 대한 주식 장기투자 인센티브안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경제성장전략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으면 재경부의 권한과 위상 확립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기대 이하란 평가를 받게되면 정책 혼선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재경부 시절 부처 간 갈등이 빈번히 발생했다.
단적인 예로 2003년 법인세 인하를 둘러싸고 재경부와 산업자원부가 충돌했다. 당시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 폭을 점진적으로 줄여 세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 연장을 위해 부처 간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혀 혼란을 키웠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두고도 재경부는 찬성했지만, 문화관광부는 반대하면서 갈등을 노출했다.
◇수장 불확실성…출범부터 ‘흔들’?
기획처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과 재정정책 수립에 중점을 뒀다. 조직 구성은 1차관·3실장(미래전략기획실·예산실·기획조정실) 체제다. 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임기근 기획처 차관은 출범식 이후 기자단과 만나 “기획처 정책 틀은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과 재정·예산 정책”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저출생 △탄소중립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 △양극화 △지역 소멸을 5대 구조개혁 이슈로 꼽으며 기획력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기획처는 출범 직후부터 수장의 장기 공백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초대 장관으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인턴 직원에게 폭언을 한 녹취가 공개되며 여야 가리지 않고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또한 다른 보좌진에겐 자택 프린터를 고치라는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 남편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도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하거나 지명 철회가 된다면 기획처의 수장 공백 사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기획처는 예산권을 보유한 만큼 권력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받고 있다. 기재부 시절 예산권을 앞세워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재경부의 정책 조정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총리가 실력을 키우고, 청와대가 조정 기능을 같이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처와 관련해서는 “예산으로 권력이 집중하게 돼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기획처를)적절히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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