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제재 중심의 공정거래 집행에서 벗어나, 보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한 ‘대체적 분쟁해결 수단(ADR)’의 역할을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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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 강화 주문에…피해구제액 폭증
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주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직후부터 공정거래조정원의 분쟁조정 역할과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거듭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 위원장은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분쟁조정의 중요성과 효과성을 직접 설명하려 했으나, 회의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해 구두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국무총리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관련 설명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주 위원장이 강조하려 한 내용의 핵심은 공정위의 법 집행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분쟁조정 기능의 필요성이다. 위법 여부를 가리는 조사·제재 중심의 방식만으로는 분쟁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피해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분쟁조정을 통해 사후 제재에 앞서 신속한 합의를 유도하고, 실질적인 피해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안착시키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법에는 공정위의 신고사건 중 직접 조사해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한 사건은 ‘직권’으로 조정원 내 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분쟁조정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피해업체 입장에서는 조사나 소송에 수반되는 비용과 부담 없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비용·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조정원이 집계한 최근 3년간 분쟁조정 현황에 따르면 공정 분야 분쟁조정 피해구제액은 2023년 168억 2000만원에서 2024년 81억 4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작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작년 11월까지 피해구제액은 140억 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집계된 피해구제액만 67억 4000만원으로, 2024년 한 해 전체 실적의 80%를 웃돈다.
◇기업선 “악의적 민원 대응 어려워” 볼멘소리
주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산하기관이 조정원이라는 점도 이 같은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 위원장은 작년 11월 조정원을 찾아 “중소상공인의 권익을 지키는 공정거래 정책의 최일선 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거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우선 기업 간 거래(B2B) 분쟁조정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분쟁조정법’ 제정을 추진한다. 해당 법안에는 간이조정절차와 감정·자문제도 도입이 핵심으로 담긴다. 분쟁 사실과 법률관계에 큰 이견이 없는 경우 조정위원회 위원장 1인이 신속히 조정하는 간이 조정절차와, 당사자 동의 시 전문가 감정·자문을 거쳐 조정을 성립시키는 제도다. 이와 함께 집단조정 확대와 공정거래 종합지원센터 설치 방안도 포함된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분쟁조정 제도도 손질한다.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해 소액사건 단독조정절차를 도입하고, 조정이 불성립된 분쟁에 대해서는 소송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분쟁조정이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실상 ‘준(準)강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정 사례가 누적되면서 업계 전반의 관행이나 기준처럼 굳어질 경우,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반영한 탄력적인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형식상 자율적 조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향후 조사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며 “조정안이 사실상의 규범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전적 요구만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민원에 대한 대응 방안 역시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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