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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증설 법 적 절차도 발 못 떼…여론 눈치에 정치적 이해관계 얽혀
4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가 지난해 10월 1일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함에 따라 법적으론 하남시의 인·허가 지연과 무관하게 일정 절차를 거쳐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한전이 사업시행계획을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소관 지방자치단체인 하남시에 제출하고 주민설명회와 30명 이상의 공청회를 연 후 다시 기후부에 사업 실시계획을 제출하면 되는 절차다. 이어 기후부가 60일 안에 이를 위원회 산하 실무위에 상정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한전은 첫 번째 단계인 사업시행계획도 기후부·하남시 측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갈 길 바쁜 한전이 특별법에 따른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는 것은 정무적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이 사업시행계획을 제출하고 공청회를 진행해야 사업 개시 절차를 발동할 수 있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반발이 이어지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해 관계도 얽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곳 증설을 반대해 온 추미애 국회의원(하남시갑)이 차기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한전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이미 2년 가까이 지자체 인·허가에 막혀 있다. 한전은 지난 2024년 3월 하남시에 이 사업 추진을 위한 옥내화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시가 지역 주민의 반발 속 이를 불허한 것을 시작으로 경관심의, 증설 건축허가, 구조안전 심의 등 절차 등을 이유로 이 사업 개시를 막아서고 있다. 정부는 강원·경북 지역 발전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동해안~수도권 전력망에 따라 지난 2022년 그 종점을 동서울변전소로 정했으나 4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 됐다. 한전은 2026년 12월이던 기존 완공 계획을 2027년 12월로 1년 연기했으나 현 추세라면 이보다 더 미뤄질 전망이다.
◇사업 지연 이어지면 전력수급 계획에도 ‘차질’ 우려
이곳의 사업 지연이 장기화하면 국가 전체 전력수급계획의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동서울변전소를 포함한 동해안~수도권 전력망 구축 지연으로 공사가 끝난 강원 지역 발전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고려해도 이 같은 우려가 과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600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정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서울변전소를 통하는 전력이 직접 용인으로 보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쇄적인 타격이 이어질 수 있다.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산단이 지금껏 충청·호남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던 전력을 소비하게 되면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지난 연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용인 반도체 산단의 새만금 등 남부 이전론이 확산하고 있다.
전력망 지연을 해소하겠다며 전력망특별법을 제정했음에도 선거를 앞둔 정부·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법을 유명무실화했다는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해 11~12월 두 차례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 간담회를 했으나 변전소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과의 접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마련되도 결국 중요한 건 (정부의) 추진 의지”라며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 전력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대전환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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