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 논란 사과 이후 터진 갑질 의혹으로 시작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 요청안 송부 마감시한인 5일을 앞두고 '1일 1의혹'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후보를 향해 매일 새로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과 폭언에 이어 자신에게 유리한 글을 쓰도록 댓글 작업을 지시하고 땅투기로 시세차익의 3배를 챙겼단 의혹과 유학시절 중 이 후보자 부부가 '상가쇼핑'을 했다는 논란도 추가로 터져 나왔다.
지난해 1월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삭발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삭발을 강요했다는 의혹 등으로 4일 경찰에 추가 고발을 당하면서 지난달 28일 지명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새로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갑질과 폭언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자를 둘러싼 비토 여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확산되면서 여권 내에서도 공개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신중한 분위기에서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변했다. 이 후보자를 향한 의혹이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현재로선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인선이 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끝없이 이어지는 의혹…언론서 보도 쏟아져
땅투기 논란에 무슬림 비하·유학 중 상가쇼핑 의혹 더해져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 영종도 일대 토지를 매입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3일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공개하며 이 후보자의 배우자인 김영세 씨가 2000년 1월 인천 중구 중산동 소재 잡종지 6612㎡(약 2000평)를 매입했다고 밝히며 인천공항 개항을 1년 2개월 앞둬 대규모 투기 바람이 일었던 시기라고 짚었다. 해당 토지는 2006년 12월 한국토지공사 등에 39억2100만 원에 수용됐다.
주 의원은 "매입가 대비 약 3배에 가까운 투기 차익을 얻었다. 공항 개발 시세 차익을 노린 명백한 부동산 투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에 거주하는 이 후보자 부부가 인천의 잡종지 2000평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경제부처 장관으로서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부동산 의혹 외에 이 후보자의 과거 종교 관련 혐오 발언도 도마 위에 올라 자질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의원 시절이던 2016년 6월27일 한 종교단체 강연에서 이슬람 교도를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무슬림을 향해 "명령이 내려오면 살인과 테러, 폭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슬람 인구가 5%를 넘어가면 성폭력이 37.8배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적 시각까지 드러나며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험로를 예고했다.
이 후보자 부부가 20대 유학 시절 '상가 쇼핑'을 해 10억 대 수익을 올렸으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도 추가됐다.
한국일보는 4일 단독보도를 통해 이 후보자 부부가 해외에 거주하면서 서울 응봉동 상가 5채 구매했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은 10억 원대로 추정되며 매입가 대비 4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 부부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밟으며 유학 중인 상황에서 실수요 목적 없이 1986년 준공된 855세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딸린 상가들을 사들여 4배의 수익을 올렸다.
해당 지역은 대규모 도심 주거지 정비 계획에 따른 수혜지로, 개발 호재가 집중된 시기에 매입이 이뤄졌다. 이 후보자 부부는 길게는 30년간 해당 상가를 보유했다가 되팔아 최소 10억 원대 이윤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국정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20대 유학생 신분이던 이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 매입 동기와 자금 출처에 대한 구체적 소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 이 후보자는 2009년 공직자재산신고 당시 자신의 명의 상가 가액을 각각 6123만 원(21.29㎡), 1억1093만 원(32.25㎡)으로 신고했지만 2010년 재산신고 때에는 각각 4500만 원, 8000만 원에 팔았다고 밝혀 공시지가보다 실거래가가 높다는 점에서 서류상 거래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유학 중 상가 구매 가격과 자금 출처, 매수 이유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상히 답변하겠다. 국민들께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선 "2009년 전후 해당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거래 가격이 전년도 공시 지가보다 낮았다"고 해명했다.
'보좌진 상호감시·댓글 작업·삭발 강요 의혹'으로 경찰 고발
보좌진을 향한 폭언과 갑질에 이어 이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댓글 작업'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상급자가 뭘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파악해 보고하라며 상호 감시를 지시하고, 지난해 1월 자신의 지역구에서 진행한 전국 최초 탄핵 반대 삭발식에서 참석자에게 삭발을 강요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나와 경찰에 고발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4일 이 후보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협박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직원들에게 자신과 관련된 비판 댓글을 삭제하고 반박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 이는 권한을 남용해 직원들에게 법적 의무가 없는 일을 시킨 것"이라며 "직권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지시 과정에서 강압적 언행이 있었다면 강요나 협박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논란은 한 언론이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보좌진이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문건에는 이 후보자의 이름이 언급된 기사 제목과 함께 '댓글 조치 및 결과'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 후보자가 당시 보좌진들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댓글을 신고하거나 삭제토록 하고 반박 댓글을 작성하게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 1일엔 바른정당 의원 시절인 2017년 보좌진과 통화하며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녹취에는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을 질책하며 "아이큐가 한자리냐", "정말 너를 죽였으면 좋겠다"는 폭언이 있었다.
이 시의원은 "이 후보자가 보좌직원들에게 상호 감시를 지시하거나 특정 집회에서 삭발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인물을 국가 재정 운용의 핵심 부처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 시의원은 지난 2일에도 이 후보자를 협박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그는 당시에도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인턴 직원을 포함한 보좌진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인격 모독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청문안 송부기간 5일 마감…19일 전후 인사청문회 전망
여권서도 공개 사퇴 요구…청문회 전 낙마 가능성도 거론
갑질·폭언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자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와 청문회 전 낙마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지난달 28일 지명된 이 후보자의 청문요청안 송부 마감기한은 5일까지이지만 아직 국회로 요청안이 넘어오지 않은 상태다. 요청안이 접수되면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19일을 전후로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좌진 갑질과 프린터기를 고치라는 등의 사적 심부름 논란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 후보자 지명 직후 '통합 인사'로 평가했던 여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낙마를 논할 단계는 아니며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주자는 의견과 갑질을 향한 국민 여론이 청문회 이후에도 돌아서지 않는다면 임명이 어려울 것이란 신중론이 번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낙마한 전례도 여권의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려도 여론이 반전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임명을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선인 장철민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후보자의 폭언을 듣고 제 가슴이 다 벌렁벌렁하다.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모든 국민,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자 모든 공무원에 대한 갑질이다. 이 후보자는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민주당에서 직접적인 사퇴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도 이러한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 인사 취지에 공감하지만 당에서도 엄중하게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사회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통합을 위해 임명한 것으로 안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책임과 자질, 역량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후보자도 국민들이 납득할 때까지 사안에 관해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자를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다섯 차례 공천한 인물"이라며 "모든 책임과 비난을 정부에 돌리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 격"이라고 비판했다.
국힘 '낙마' 맹공 "보수정권서 중용 안 된 이유 본인이 알아"
국민의힘은 갑질·폭언 논란에 휩싸인 이 후보자를 향한 낙마 공세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제보가 쏟아진다"며 추가 의혹이 나오기 전에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동혁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배신 문제를 떠나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후보자다. 직원에게 '죽이고 싶다'는 막말을 퍼붓는 사람에게 어떻게 한 나라의 살림, 국정, 예산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고성과 폭언, 사적 심부름까지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 지명자가 스스로 물러나도록 해선 안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글로 쓰기도 민망한 인격 말살에 가까운 폭언, 사적 심부름을 서슴지 않았다는 행태를 (이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 등이 증언하고 있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갑질 포비아' 유발자 이 지명자는 자리 욕심 버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진 사퇴해야 한다. 보수 정권에서도 중용되지 못한 이유를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라며 "재경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인연을 떠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이재명 정부의 부적격 인사에 대해 철저히 파헤치고 혹독하게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이 후보자는 다 내려놓고 정계를 떠나라"며 "이 파국이 본인의 정치적 야욕 때문에 비롯된 것임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거취를 무겁게 성찰하라"고 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이 후보자를 둘러싼 보좌진 갑질·폭언 의혹은 인사청문회 이전, 대통령실 공직자 인사검증 단계에서 이미 걸러졌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를 겨냥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인사를 최종 결정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지명 철회를 포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도 3일 '한나라당, 새누리당, 그리고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이 전 의원에게 드리는 마지막 요청'이라는 입장문에서 "국민 보시기에 더 심하고 민망한 사안이 많이 나오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 내려 놓으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최근 국민의힘 소속 재경경제위 위원 등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구명 시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의원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연락을 하고 의원들이 답이 없자 "살려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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