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알약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았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가운데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경구용 비만약 경쟁이 본격화됐다. 주사 투약에 부담을 느껴왔던 잠재 수요까지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은 사실상 ‘2차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각)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위고비 필)에 대해 성인 과체중·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 목적 사용을 FDA가 승인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GLP-1 계열 성분으로, 기존 주사제 위고비와 동일한 기전이다.
임상 성과는 주사제와 큰 차이가 없다. 64~68주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경구용 위고비를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13~15%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주 1회 주사 투약 방식의 위고비가 14.9% 감량률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효능 면에서 사실상 대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1월 초 미국 출시를 예고, 가격은 월 149달러로 책정됐다.
의학계와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접근성의 변화다. 기존 주사제는 냉장 보관과 자가 주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존재했다. 반면 알약 형태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복용 장벽이 낮아, 비만 치료를 고혈압·당뇨처럼 일상적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효능보다 주사 방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적지 않았다”며 “경구용 비만약은 시장 외연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본다.
경쟁사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는 소분자 경구 GLP-1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을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오포글리프론은 임상 3상에서 72주 투약 시 평균 11~12%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감량률은 위고비 필보다 낮지만, 공복 복용과 식사 제한이 필요한 위고비 필과 달리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편의성 경쟁력을 갖췄다.
이 밖에도 미국 암젠은 연 1~2회 투약 주사제,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저분자 GLP-1 계열 경구약을 개발하며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단일 블록버스터 경쟁을 넘어 제형·복용 방식·지속성을 축으로 한 다층 경쟁으로 진입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시장 주도권을 먼저 쥔 노보노디스크의 고민도 적지 않다. 위고비 필 승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매출 성장세는 일라이릴리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쳐, 직전 분기의 79% 성장률에서 크게 둔화됐다. 노보노디스크는 연 매출 성장 가이던스도 기존 21%에서 11%로 낮췄다.
반면,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하며 성장 기대를 키웠다. 증권가에서는 “노보는 가격 인하와 특허 만료 부담이 겹치고 있고, 릴리는 파이프라인 확장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CNBC 등 외신도 “노보노디스크가 기술 우위를 재무 성과로 충분히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 치료제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위장관 부작용을 낮춘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임상 3상 성과를 토대로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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