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0일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배타적 거래 강요, 납품업체 경영 간섭 등 일부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시 기존 징역 2년의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시정명령 미이행시 정액 과징금을 기존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 경영진의 형사 리스크를 줄여주는 대신 금전적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경영진의 형사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요청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는 ‘의무고발제’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꼽혀 왔다. 대규모유통업법은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 중심이지만, 일부 조항에 형사처벌이 포함되면서 기업 경영진의 검찰 수사·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의무고발제가 작동할 경우 위반 행위의 경중이나 시정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고발로 이어질 수 있어, 제재 리스크를 예측·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이었다”며 “형사처벌 규정 삭제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며 정부는 사업주의 고의가 아니거나,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는 형벌을 완화하고, 과태료로 전환해 경영진의 형사리스크를 완화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타사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시’라는 조건 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유통업계에 관행처럼 존재해 온 ‘배타적 거래 요구’에 대한 제약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존에도 배타적 거래 요구는 경영 간섭으로 간주돼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배타적 거래 요구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타 채널 거래 금지, 최저가·최혜국 대우 강요, 거래 중단 압박 등이 있다. 특정 유통사가 납품업체에 다른 유통 채널과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다른 곳보다 가장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거는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유통업계에선 타 채널의 가격이 낮아지면 즉시 자사 채널의 조건을 더 낮게 조정하라거나, 타 채널에 납품하면 행사·진열·마케팅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등 사례가 발생했었다. 이에 따라 형식은 요청이지만 실제로는 거래 지위를 이용한 강요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개정안 입법 시 납품업체의 거래 자율성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규제 준수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은 “배타적 거래 요구를 금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며 “개정안 적용 시 배타적 거래를 통해 그동안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제공하던 혜택이 축소될 수 있고,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함으로써 판매가 인상, 할인 기획 축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