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정상외교으로 한중정상회담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박 4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이 9년 만의 중국 국빈 방문에 앞서 중국의 핵심 외교 사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4∼7일 예정된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지난 2일 진행된 중국 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수교 당시 양국 정부가 합의한 내용은 여전히 한중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나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와 대만 양안을 포함한 주변 문제에서 평화와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 단서조항을 달며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하는 등 무력을 통한 현상변경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나의 중국'은 중국 본토와 대만·홍콩·마카오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국가이며 합법 정부는 중국 정부뿐이라는 중국의 기본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1992년 수교 이후 이 원칙을 지지해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상호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도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이 있다. 각국이 국익을 충실히 추구하되 상대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며 조율한다면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과거에는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구도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불가피하지만 중국과의 충돌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해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 간 소통과 함께 경제 협력의 중요성도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야 한다는 점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최소한 연 1회는 만날 필요가 있다. 내가 중국을 찾아가도 좋고, 중국 지도부가 한국을 방문해도 좋다"며 상호 방문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경제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첨단 산업 분야를 제시한 이 대통령은 "AI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이뤄냈고 이 분야의 협력은 한국에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미래 기회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방중 목표에 대해 "동북아 평화와 안정, 공동 번영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며 "한중 간 오해나 갈등도 있었지만 이번 방중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경주APEC에서 열린 첫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보니 믿음직스럽고 협력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제가 반쯤 장난으로 통신 보안을 묻자 시 주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받아쳤고 한국 국민도 그의 인품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항일 공동 역사와 일본의 침략 전쟁에 대해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침략하거나 인민을 학살하는 일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비판하며 "한국과 중국이 함께 침략에 맞섰던 경험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자산이다. 과거에만 매달릴 수 없기에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선 "우리 대한민국은 대개의 나라들이 겪는 것처럼 성장률은 떨어지고, 기회 부족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정치가 그걸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격화시키는 측면들이 없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제가 속한 민주당 또는 대한민국 정부는 최소한 갈등, 혐오, 증오를 최소화하고 서로를 조금 인정하고 조금은 양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실천해 나가야 할 제 마음자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존재를 인정하고 협력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게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자 정부의 역할,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붉은색 배경 위에 친필로 쓴 새해 인사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새해를 맞이하여 중국 국민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라며 새해 인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4~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5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과 국빈만찬을 갖는다. 6일에는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하고, 리창 국무원 총리와 오찬을 할 예정이다. 이후 상하이로 이동해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와 만나고, 7일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9년 만이다.
양국이 직면한 주요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주요 현안으로는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구조물 문제와 사드(THAAD) 배치 이후 이어진 '한한령'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4대그룹 총수 등 경제사절단 200여명, 李대통령 방중 동행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는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200여명의 경제 사절단이 함께 동행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꾸리는 경제사절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기업인 200여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이끄는 사절단에는 허태수 GS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크래프톤, SM엔터테인먼트, 패션그룹 형지 등 기업 대표들도 사절단으로 동행할 것으로 보이며 중국 사업에서 대부분 철수한 롯데그룹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은 한중 비즈니스 포럼, 경제 협력 업무협약(MOU) 체결,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며,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제조업 혁신과 공급망, 소비재 신시장, 서비스·콘텐츠 등에서의 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대한상의가 방중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이다. 당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 주요 기업 경영인 100여 명이 중국을 찾았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열린 브리핑에서 "양국 국민의 민생에 대한 실질적 기대도 있고 한편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이나 양국 기업의 상대국에 대한 투자 촉진, 디지털 경제 및 친환경 산업에 대해서도 경제 협력 성과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경제사절단에 동행함에 따라 다수의 업무협약(MOU)가 체결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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