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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유통시장 해법은 ‘선제 대응’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국내 빅3 유통그룹의 총수들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민첩경영과 본원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로 접어든 만큼 유통업계가 이전처럼 관행에 기대거나, 변화없이 사업을 운영해서는 성장은 커녕 생존도 힘들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총수 3명의 메시지가 이처럼 비슷한건, 최근 국내 업체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신동빈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변화의 흐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 지정학적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 등 우리가 마주한 올해 경영 환경은 그룹 핵심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룹의 질적 성장을 위해 철저한 자기 반성에서 비롯된 성장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변화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할 수 없다”며 “PEST(외부 환경을 정치·경제·사회·기술적 요소 중심으로 분석) 관점에서 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전략과 업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강력한 도구인 인공지능(AI)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진 회장 역시 비슷한 맥락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세계는 ‘탑의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를 내고 한 발 앞서 한 박자 빠르게 실행하는 것을 뜻한다”며 “기존 전략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룰을 새로 세우며 고객 욕구 자체를 재창조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선 회장도 변화의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진 현 경영환경에선 빠르게 시도하고 신속하게 수정, 보완하는 ‘기민한 실행 체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장 트렌드를 보다 더 빠르게 읽고 고객 입장에서 그간 당연하게 여겨지던 작은 불편까지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징후를 신속하게 포착, 필요시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가 민첩경영 강조하는 이유는
민첩경영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시장·기술·고객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필요시 전략과 조직을 신속히 바꾸는 경영 방식이다. 효율과 표준화 중심의 전통적 경영 방식보다 변화 대응력·실험·적응을 중시한다. 올해 유통업계 총수 3명이 모두 민첩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 환경에 기인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새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 강자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고, 국내 소비 패턴까지 급변하면서 과거와 같은 경직된 조직 구조로는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과거처럼 출점 확대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빠르고 유연한’ 체질로 전환하기 위해 매년 총수들이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실적 측면에서 허덕였다. 백화점은 여전히 소수 점포(강남권 점포 등)·명품 등에 과도하게 의존해 성장성에 한계를 맞고 있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게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최근 1~2년새 소비자들의 체류기간을 늘리는 공간 중심 투자와 점포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
3명의 총수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민첩경영은 올해도 빠르게 사업 전반에 적용될 전망이다. 예컨대 대형 점포를 개편하고 도심형·창고형 등 면적당 수익성이 높은 형태로 전환하는 전략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매입·물류, 체험 요소 강화 등의 노력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유통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시시각각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민첩경영 자체가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빅3 총수들이 모두 같은 메시지를 낸다는 건 그만큼 업계의 공통된 숙제라는 의미”라며 “특히 최근 ‘쿠팡 사태’가 터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규제 재평가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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